[테크M 이슈] 다시 불거진 게임한류 中 수출 기대감...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2022-12-29     이수호 기자
그래픽=디미닛

 

1년 6개월 만의 중국 게임 수출 권한, 이른바 '외자판호' 발급이 재개된 가운데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띌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중국의 규제 완화 기조가 명확해진 만큼 국내 게임사의 중국 내 활동폭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8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게임 7종을 포함한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 수입을 지난 10일자로 허가했다. 이번에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한국산 게임은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다. 중국은 그간 종종 외산게임 유통을 허용해왔으나, 이처럼 한국 게임 수입량을 늘린 것은 약 6년여 만이다.  

일단 판호가 발급된 게임 장르 측면에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 엿보인다. 그간 중국은 커뮤니티성을 갖춘 한국 게임에 대해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유통을 허락하지 않았다. 중국 시장 내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대형 MMORPG 게임은 사실상 중국 진출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중국식으로 일부 각색, 지난해 수출을 이뤄낸 검은사막 모바일을 제외하면 최근 5년새 대형 MMORPG의 중국 수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IP를 가져다 아예 중국 게임사가 개발을 도맡은 배틀그라운드 역시 FPS 장르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률형 BM이 강한 한국형 모바일 MMORPG(제2의 나라: Cross World, A3: Still Alive, 그랑사가)에 빗장을 열었다. 특히 제2의 나라는 국내서도 크게 흥행한 히트작으로, 중국 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당국의 대승적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부의 관리 자신감, 현지 게임사의 역량 보존과 별개로 소비할 콘텐츠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과거와 다른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판호 발급에는 중국 대형 유통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눈에 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중국 현지 퍼블리셔의 도움 덕에 판호가 나올 수 있었다"며 "중국 빅테크의 부침이 길어지며, 당국 차원에서도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앞서 지난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본격화되며 텐센트와 넷이즈 등 중국 대형사들은 한국 게임에 대한 적극적 수입을 포기했다. 오히려 청소년 보호 등을 명분으로 당국의 지탄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최근 들어 미중 갈등 속에 기를 펴지 못하고, 동시에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부 콘텐츠 소싱에 애를 먹으며 한국 콘텐츠의 수입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당국 입장에서도 자국 빅테크의 침몰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이때문에 업계에선 내심 추가적인 외자 판호 발급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출시가 이뤄지면 판을 흔들 가능성이 높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엔씨소프트의 IP 수출 계약이 관전포인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를 받는 것과 실제 출시까지 이뤄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면서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 여부,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IP 수출 계약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면 이는 분명한 빗장 해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당국의 입맞에 맞을 건전한 게임이 판호 기대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으나 이번 외자판호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드코어 MMORPG도 외자판호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