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도 떨지 않는 삼성전자, '초격차 기술' 확보 위한 투자 지속(종합)

2023-01-31     남도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캐리커쳐 = 디미닛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파'로 인해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거시 환경 악화가 이어지며 만만치 않은 시장 환경이 전망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 확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정면돌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부진으로 영업익 급감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 302조2314억원을 기록, 연매출 300조원을 돌파하며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9%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하던 삼성전자는 4분기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등으로 시장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며 실적이 주춤했다. 삼성전자의 2022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0조4646억원,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97%, 영업이익은 68.95% 각각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제공

특히 주력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 뼈아팠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하며 2700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22.8% 감소한 20조700억원을 기록했다. 재고자산 평가 손실 영향을 받은 데다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탓이다.

회사 측은 올 1분기에도 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텔의 신규 CPU 출시에 대비해 서버·PC용 DDR5 수요 대응을 위한 준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LPDDR5x 등 모바일 고용량 제품 수요에도 적극 대응에 나선다.


"인위적 감산 없다" 입장 고수…미래 투자 지속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불구,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올해 CAPEX(설비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악화 우려로 기업들도 재무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객사의 재고 조정 자체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며 "이러한 시황 약세가 당장의 실적에는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는 총 53조1000억원 규모로, 이 중 반도체(DS) 부문이 47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총 20조2000억원, DS부문에 18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메모리의 경우 평택 3, 4기 인프라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극자외선(EUV) 등 첨단 기술 적용 확대, 차세대 연구 개발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뤄졌고, 파운드리는 평택 첨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와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한 3나노 초기 생산 능력 및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집중했다.

회사 측은 "3나노 2세대 공정은 2024년 예정대로 양산할 예정"이라며 "수주와 관련해서는 현재 다수의 모바일 및 HPC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1세대 공정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하고 있다"며 "2세대 공정은 1세대 대비 면적과 성능, 전력 효율이 더욱 개선됐고, 1세대 양산 경험을 기초로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중심으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에 따라 첨단 패키징 사업 확대 및 사업부 간 관련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DS 부문 내에 'AVP사업팀' 조직을 신설했다고 전했다.


세트 사업 '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요 부진 돌파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사업도 고전했다.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5800만대를 기록했다. 2021년 4분기 7200만대와 비교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MX 및 네트워크 사업부문 매출은 2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 영업이익은 36% 각각 감소했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 이유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약세가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1년보다 11% 감소하면서 10년 만에 1억200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감소가 켰던 점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 반면 플래그십 제품은 시장 전망보다는 하락폭이 완만했다는 설명이다.

갤럭시 S23 시리즈 추정 이미지 /사진=트위터

올해 전망 역시 좋지 않다. 경기 침체 여파로 수요 감소가 이어지며 역성장이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돌파구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첫 타자는 2월 1일(미국 현지시간) 공개될 '갤럭시 S23' 시리즈다. 회사 측은 "갤럭시 S23 시리즈는 '갤럭시 노트' 사용 경험을 계승한 '울트라'를 중심으로 최고의 카메라, 게이밍 퍼포먼스를 집중 소구할 계획"이라며 "충분한 론칭 물량 확보 등 공급부터 고투 마켓까지 철저한 준비로 확판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삼성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의 약점으로 꼽히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경쟁력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컨콜에서 회사 측은 "MX사업부는 2022년 12월에 AP 최적화 및 차세대 선행 연구를 담당하는 AP솔루션 개발팀을 신설했다"며 "AP솔루션 개발팀은 칩셋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갤럭시 제품에 더욱 최적화된 AP 솔루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제공

가전과 TV 역시 프리미엄 전략 강화를 통해 수요 부진에 대응한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등 신제품을 출시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스마트싱스' 기반의 초연결 경험과 친환경 제품으로 시장 선도에 나선다. TV는 2023년형 네오 QLED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수요를 선점하고, 마이크로 LED와 OLED 라인업을 강화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