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K-유니콘] 가우디오랩, 40년 오디오 한 우물...'전세계가 주목'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 인터뷰 전세계 2000만명이 경험하는 소리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의 겨울'이 도래했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기초체력을 길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은 가장 튼튼한 체력이자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가기 위한 원동력이다. 미래의 유니콘을 꿈꾸며, 튼튼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테크M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가우디오랩은 '오디오 기술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불린다. 오현오 대표를 포함해 주요 임직원들은 오디오 기술을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회사를 세웠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음량을 평준화하고 원하는 소리만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는 최근 테크M과 인터뷰에서 "40년 넘게 오디오 한 우물만 팠다"며 "전세계 200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매일 가우디오랩 기술의 도움을 받아 소리를 듣는다. 이를 50억명, 60억명까지 확장해 2030년까지 전세계 모든 사람이 가우디오랩 소리를 경험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가우디오랩은 업계에서 '천연 기념물'로 불린다. 오디오 기술에만 집중하는 기업이 굉장히 드문 탓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디오 사랑이 남달랐던 오 대표를 포함해 오디오 분야 전문가들이 뭉친 가우디오랩은 음향공학석박사 등 인력이 다수 포진해있다. 이들은 삼성, LG 등 기업에서 관련 분야를 담당했다.
처음에 오 대표는 '가상현실(VR) 오디오 기술'에 집중했다. 2014년은 VR 기술이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VR 전문 회사 오큘러스에 2조원이 넘는 '통큰 배팅'을 했고, 이 시장에서 가우디오랩이 찍은 공간음향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오 대표는 그렇게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2017년이 되자 VR 붐이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메타가 내놓은 오큘러스 첫 상용화 제품의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쳤고, 디즈니 등 기업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겨울을 극복하기 위해 오 대표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공간음향기술과 음량평준화기술을 내세우며 재창업에 나섰다. 판단은 적중했다. 가우디오랩은 네이버, SK텔레콤, LG전자 등 파트너사가 됐고,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진심 담은 '오디오 기술', 美 시장 휩쓸다
가우디오랩은 음량평준화기술(LM1)로 미국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어떤 장치에서든 원본 훼손 없이 고른 음량으로 소리를 내주는 기술이다. 영상을 볼때 갑자기 소리가 크거나 작아지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을 방지한다. 이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와 미국 국가표준협회(ANSI)의 기술 표준으로 각각 채택됐다. CTA는 삼성 애플 구글 현대차 등 전 세계 1500여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어, 이들이 가우디오랩 기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 대표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할 때 볼륨이 너무 크거나 작아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이를 기술로 해결했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에 적용될 여지가 높아 관련 업계의 관심도 높다"라고 언급했다. 가우디오랩은 올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 이를 전시했는데,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한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관계자도 가우디오랩의 부스를 찾아 기술을 관심있게 살폈다는 후문이다.
공간음향기술 또한 가우디오랩이 내세우는 무기다. 이는 이어폰 또는 헤드폰을 착용한 사용자가 실재감 있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소리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가우디오랩은 몰입도가 좋은 음향을 즐기기 위해 고가의 음향장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깨고, 무선 이어폰에도 탑재 가능하도록 했다.
오 대표는 "헤드폰을 통해 소리를 청취해도 한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해준다"라며 "영상을 감상할 때도 마치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이어 "압도적으로 좋은 음질을 작은 이어폰에 실시간으로 구현한다는 것도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인정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가우디오랩의 공간음향기술과 음량평준화기술은 CES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미국 시장에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가우디오랩은 최근 음원분리기술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음원 분리는 여러 요소가 섞인 오디오 신호로부터 개별 음원을 추출하는 기술로, 합주곡에서 한 악기의 소리만을 뽑아내거나 노래에서 목소리만 제거해 반주곡을 만들 수 있다. 오 대표는 "가수 윤종신 씨도 CES 2023 부스를 둘러보며 이 기술이 굉장히 인상적이라는 피드백을 줬다"라고 언급했다. 음원분리기술은 일 최고 약 1만명 이상이 가우디오 스튜디오 웹사이트에서 이용하고 있다.
美 넘어 日까지, 가우디오랩이 선점할 것
2015년 창업한 가우디오랩의 목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6년에 곧장 미국 법인을 세웠고,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고 한다. 오디오 기술의 특성상 응용 분야인 VR과 스트리밍 등 콘텐츠 시장을 잡아야한다는 의지가 컸다. 양질의 콘텐츠에 기술을 넣겠다는 목표였다.
오 대표는 "당시는 VR 오디오 기술에 주력하던 때였는데, 디즈니가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때 우리 기술을 넣는다면 시장 선점은 다 이룬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VR 붐이 갑자기 사그라들었고, 우리의 예상도 빗나갔다"라고 회고했다. 2018년 한국으로 돌아와 연구개발에 정진한 이유다.
와신상담 끝에 가우디오랩은 다시 글로벌 진출 고삐를 바짝 쥐었다. 올해를 글로벌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사업적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오 대표는 "시대가 바뀌었다"라며 "K콘텐츠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이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우디오랩 기술이 적용된 K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K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간 가우디오랩의 오디오 경험은 로컬 콘텐츠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선순환 될 것으로 봤다. 이미 네이버,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들의 콘텐츠 플랫폼에 가우디오랩의 기술이 적용돼있다. 유수의 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추가 협업도 예정돼있다.
주력 시장은 미국이고, 추가 확장을 염두하는 곳은 일본이다. 오 대표는 "이미 라인뮤직에 가우디오랩 기술이 적용돼있다"며 "전세계 2위 규모를 지닌 일본 오디오 시장은 인구 대비 규모가 굉장히 크고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 기술이 침투할 여지가 크다"라며 "가라오케 등 음원분리기술이 소구될 수 있는 산업도 발달했다. 일본 시장은 한 번 정착하면 확장은 쉽기 때문에 계속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