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기 뜨거운데...韓 '빅테크' 플랫폼 없어 우려'

2023-02-08     이영아 기자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플랫폼 생태계의 국내외 현황과 전략 모색’을 주제로 한 ‘더 좋은 플랫폼 생태계 포럼’이 열렸다. /사진=이영아 기자

 

최근 세계 경제가 플랫폼 산업 중심으로 변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규제 입법 논의만 이어지는 상황에 업계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다. 챗GPT 열풍처럼, 글로벌 경제가 플랫폼 산업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와중에도 국내엔 이에 대적할 만한 '빅테크' 기업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플랫폼 생태계의 국내외 현황과 전략 모색'을 주제로 한 '더 좋은 플랫폼 생태계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부가 내수 시장에 맞지 않는 해외 규제 사례를 받아들이고,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플랫폼 경제를 좁은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빅테크는 '플랫폼의 플랫폼'을 의미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한국 빅테크라고 하는데, 해외 기준으론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공룡'으로 불리는 두 기업도 결국 구글, 애플이라는 '초거대 공룡'에게 자릿세를 내고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강 교수는 "플랫폼 운영자는 생태계 내 시장 설계자와 규제기관으로서 역량이 필수인데, 국내 플랫폼들은 이와 관련한 아무런 대외 경쟁력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빅테크가 탄생하려면 개별 기업 힘만으론 부족하며, 국내 플랫폼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제도적 전략이 수반돼야한다는 의미다.

그는 "디지털 강국이 되기 위해 기술·경제적 특성에 기반한 '시장전략'뿐만 아니라, '비시장전략'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플랫폼 경제는 각국 정치적 환경, 경제 변화양상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기에 규모나 정의가 불명확하다. 이에 이해관계자와 함께 시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한다는 주장이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 자체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의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정해놓은 규율 안에서 플레이해야한다. 상당히 불합리한 구조라고 말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챗GPT처럼, 글로벌 플랫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낼 수 있는 빅테크 기업을 우리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의 협력 모델인 '오픈이노베이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스타트업과 벤처투자가는 혁신 클러스터 입주로 경쟁적 위치를 확보하는 한편, 대형 플랫폼은 이곳에서 시장·자본·출구 등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혁신 클러스터는 기관·협회 등과 대학·연구소 등 지식생산조직이 집약된 것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이에 해당된다. 정 교수는 "정부는 혁신 클러스터의 중요 역할자로서 혁신 분위기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한국 대형 플랫폼들은 스타트업 출구시장으로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더는 '테헤란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벤처캐피탈(VC) 등 관련 생태계 몸담고 있는 종사자들이 몰려있는 탓이다. 그는 "대학과 스타트업, 벤처투자가를 연결하는 동시에 대기업이나 대형 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창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