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고효율·초연결 프리미엄 가전 '비스포크'로 불황 뚫는다(종합)

2023-03-21     남도영 기자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21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비스포크 라이프(BESPOKE Life)' 미디어데이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속가능성과 전력 효율성, 초연결성 등을 강화한 프리미엄 생활가전 '비스포크'로 경기 불황을 뚫고 상반기 흑자 전환을 노린다.


'비스포크' 키워 상반기 흑자 노린다

21일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비스포크를 작년 대비 50% 확대하는 게 목표"라며 "상반기에 적자를 안내고 좋은 성과를 내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인 비스포크는 소비자가 공간과 취향에 맞춰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 가전으로 시작해 지난해 '비스포크 홈'을 콘셉트로 냉장고, 오븐,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등 전 제품군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올해는 이에 더해 독보적인 에너지 절감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로 고도화된 '비스포크 라이프'를 제시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는 물류비 증가와 원자재 가격 증가, 수요 감소 등이 겹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는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실적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올해도 세계 경제가 좋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특히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을 강조한 제품으로 어려움을 타개하려 한다"며 "생활가전은 소비자들의 일상에 필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현재 생각보다 시장이 어렵지 않고, 하반기에는 더 나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세 아껴주는 친환경 가전

올해 비스포크 신제품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전력 효율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료가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인상되고 있고, 유럽에선 친환경과 에너지 위기 대응을 내세워 전력소비 규제가 추세다. 이 때문에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 지가 가전을 고르는 데 중요한 차별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비스포크 신제품은 핵심부품 고효율화로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제품보다 대폭 절감했다. 항공기 수준의 초정밀 가공기술을 적용해 최고 효율을 구현한 컴프레서, 디지털 제어와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AI 인버터를 사용해 국내 에너지 규격 기준 최상위 등급인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뛰어난 '고효율 에너지 절감' 모델을 총 57개 운영한다.

비스포크 냉장고의 경우 컴프레서의 부하에 따라 모터 속도를 최적화해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약 22% 적은 전력을 사용한다. 또 세탁기는 삼성전자 고유의 '에코 버블' 기술을 통해 1등급 기준보다 에너지를 최대 30% 절감했다. 에어컨 역시 열교환기 전열 면적을 2배로 확대해 열 교환을 빠르게 하고 실외기 팬 크기를 키워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기준보다 냉방 효율을 10% 더 개선했다.

이에 더해 '스마트싱스 에너지'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에너지 절감도 가능하다. 서비스 내 ‘AI 절약모드’ 기능을 사용하면 전력 사용량을 최대 70%까지 추가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냉장고의 경우 1단계로 AI를 통해 냉장고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냉장고 운전을 최적화함으로써 에너지를 최대 10% 절약해주고, 2단계로 사용자 선택에 따라 냉동실 온도 조절을 선택해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알아서 집안일 척척 해주는 'AI 가전'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신제품에 AI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올해는 스틱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오븐에 AI 기능을 탑재해 AI 적용 품목을 총 15개로 늘렸다.

2023년형 스틱 청소기 신제품 '비스포크 제트 AI' 경우 'AI 모드'로 카페트나 마루, 매트 등 바닥 상태와 이동 시 브러시가 바닥에서 들뜨는 상황까지 스스로 인식해 흡입력을 최적화해준다. 이를 통해 청소 성능과 편의성 뿐만 아니라 최대 배터리 사용시간도 100분까지 강화했다.

로봇청소기 '제트 봇 AI'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개 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사람도 인식한다. 또 올해 새롭게 적용된 '우리 아이 마중하기' 기능은 방과 후 자녀가 집에 도착하면 "테이블에 간식 있으니 먹고 공부해"와 같은 사전 녹음 메시지를 로봇청소기를 통해 내보내준다. 또 외출 시에도 자녀의 귀가를 휴대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2023년형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는 AI가 알아서 세재를 자동으로 투입해주고, 'AI 맞춤 세탁' 코스 사용 시 기존 소비자 사용 패턴과 비교해 물과 세제 사용량도 절감할 수 있다. 또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사용패턴을 파악해 자주 쓰는 코스를 먼저 추천해줄 뿐 아니라 식기 오염도에 따라 물 사용량과 온도, 분사 세기 등을 최적으로 맞춰주는 'AI 맞춤 세척' 기능을 적용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출시하는 비스포크 전 제품은 와이파이를 탑재해 캄테크 철학과 한층 강화된 보안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할 것"이라며 "모바일과 TV, 가전의 빅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용자 패턴을 더욱 정교하게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싸면 프리미엄? '가치'에 집중…보안도 'OK'

올해 신제품은 친환경 기술과 커넥티비티 성능을 강화한 만큼, 가격 상승 요인도 큰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프리미엄 제품 포지셔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친환경 부품을 사용하면서 생산비가 올라가는 부분도 있지만 내려가는 부분도 있다"며 "공장은 디지털 트윈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응하면서 비용이 줄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익수 DA사업부 전략마케팅 팁장은 "한국에서 제품 두 대 중 한 대, 미국에선 냉장고 기준 4대 중 1대는 비스포크 제품으로 판매하는 게 목표"라며 "비스포크의 성장을 통해 프리미엄 입지를 확대하는 게 올해 전략"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가전제품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인력 보강과 보안 강화 등도 꾸준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DA사업부 소프트웨어 인력이 타 부서 대비 아직 가장 적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충원해 다른 사업부와도 동등하게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미영 DA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팀장은 "삼성 녹스(Knox) 플랫폼 기술을 통해 클라우드부터 단말까지 토털 솔루션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며 "개발 초기부터 보안 성능을 계획하고 있으며, 상품 단계에서는 실제 해커를 동원해 해킹을 해보고 취약점을 보완한 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커들이 기술을 발전시키기 때문에 취약점이 계속 발견될 수 있어 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사용자들은 보안에 대해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