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생성AI 생태계…글·이미지는 '기본', 호텔 예약·식품 배달도 가능해진다
불과 4개월 만에 세상이 바뀌고 있다. 오픈AI가 내놓은 대화형 챗봇 '챗GPT' 등장을 기점으로 생성형 AI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확장 중이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 속도 또한 놀라운 수준이다.
작문, 작곡, 코딩, 이미지 등 기존에 제공하던 생성 기능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 이제는 호텔 및 항공권 예약, 식료품 배달 등 실생활 영역까지 생성형 AI가 발을 뻗고 있는 모습이다.
'앱스토어'로 진화한 챗GPT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 발전이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AI의 아이폰 시대가 시작됐다. 생성형 AI가 모든 산업을 재창조할 것"(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PC 시대를 이끌었던 GUI 적용, 모바일 혁신을 이끌었던 '아이폰'. 인간 사회 패러다임은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빌 게이츠, 젠슨 황 등 업계 '구루'들은 생성형 AI로 인한 파급력을 앞선 혁신들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생성형 AI 시장 판도는 또다시 변곡점을 맞이했다. 챗GPT가 일종의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픈AI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챗GPT 플러그인'을 공개했다.
이는 기존에 약점으로 꼽혀왔던 최신 정보 반영 '미비'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챗GPT와 타사 서비스를 연결해 활용할 수 있는 점이 골자다. 플러그인을 통해 활용 영역을 넓힘으로써 챗GPT가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쉽게 말해 사용자가 챗GPT와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쇼핑, 여행 계획 수립, 업무 등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전략은 이미 실현됐다.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을 ▲익스피디아(호텔·항공권 예약) ▲인스타카트(장보기) ▲스픽(언어교육) ▲오픈테이블(식당 에약) ▲재피어(업무툴 연동) 등 11개 기업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자체 개발한 '웹 브라우저(최신 웹 정보 검색) 플러그인, '코드 인터프리터(데이터 분석·시각화)' 플러그인도 지원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여행 준비 좀 도와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하고 여행에 대한 대화를 진행하면 챗GPT가 익스피디아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해 항공권, 호텔 등을 검색하고 예약까지 완료해주는 방식이다. 이보다 더 실생활에 밀접한 '장보기' 등도 가능해진다. 특정 음식에 대한 요리법을 말하면 챗GPT가 재료 품목을 골라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준다. 사용자는 결제만 하면 된다. 플러그인은 이른바 '플러그인 스토어'에서 언제든 설치하고 지울 수 있다.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이 언어 모델의 눈과 귀가돼 가장 최신의 정보는 물론, 개인적이거나 구체적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며 "플러그인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검색하고, 이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챗GPT를 컴퓨팅의 진화로 판단 중이다. 벤 바자린 시장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스 연구원은 "오픈AI는 수십억명 이용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을 출시한 것"이라며 "결국에는 많은 회사와 브랜드가 챗GPT 등 언어모델과 통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내놓을 것이고, 이는 중요한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오픈AI 출신 엔지니어이자 스타트업 퍼플렉시티AI 창업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오픈AI는 애플처럼 운영체제(OS)를 만들어 제 3개발자가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컴퓨터, 스마트폰을 가진 누구나 신규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는 막대한 기회"라고 역설했다.
빅테크발 'AI 전쟁' 본격 개전
챗GPT가 불러온 돌풍은 글로벌 빅테크 '거인'들이 몸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어도비 등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생성형 AI를 정조준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와 연합한 MS는 현재 AI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자사 검색엔진 '빙(Bing)'부터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 등 서비스 전반에 챗GPT 및 'GPT-4' 등을 결합 중이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도 GPT-4를 적용했다.
최근 MS는 오픈AI가 공개한 차세대 언어모델 'GPT-4'를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등 오피스 제품군에 결합한 'MS365 코파일럿'을 선보였다. 코파일럿은 워드에서 초안을 짜주고 이를 사용가자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 재작성, 편집, 요약해준다. 또 파워포인트에서는 "이 문서 PPT 10장으로 만들어줘"라는 식으로 자연어 명령을 내리면 디자인까지 맞춰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해준다. 엑셀에서는 데이터세트에 대해 "3년치 동향 정리해서 그래프로 만들어줘"라는 식으로 명령을 내리면 몇 초만에 뚝딱 결과물을 내놓는다. 업무방식의 근간이 바뀐 셈이다.
앞서 챗GPT를 적용한 빙도 호평을 받고 있다. 챗GPT 약점으로 꼽혔던 최신성을 보완하기 위해 오케스트레이터 '프로메테우스 모델'을 추가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사용자가 명령어를 입력하는 '빙 챗'에 적용된다. 사용자 질문을 1차로 웹에서 검색한 뒤 GPT-4 모델에 넣고, 이를 통해 생성된 답변을 윤리 기준에 맞게 다듬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덕분에 빙 챗은 공개 이틀 만에 대기자 명단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사용자가 몰려 MS 측에서 사용량을 제한할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빙의 진전이 검색엔진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관측 중이다. 생성형 AI를 통해 점유율 3~5%에 불과하던 빙이 1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9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 또한 맞불을 놨다. AI챗봇 '바드(BARD)'를 발표한 것이다. 최근 구글은 미국과 영국 일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바드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테스트가 성공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기대감과는 달리 바드는 혹평을 들었다.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빙보다 못하다는 의견이 쏟아져나온 것이다. 에단 몰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 스쿨 부교수는 "바드는 빙이나 GPT-4만큼 학습 도구로써 능력이 있어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시 작문, 영화 시놉시스 창작, 단어 퍼즐게임 등 여러 측면에서 챗GPT 대비 수준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내놨다.
구글이 망신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8일 시연에서 바드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해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촬영한 망원경'이라는 오답을 내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촬영한 건 유럽남방천문대 초거대 망원경(VLT)다.
예상 외로 AI 분야에서 활약이 돋보이는 기업은 어도비(Adobe)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비 서밋'에서 이 회사는 '센세이 GEN AI', '파이어플라이' 등을 공개했다.
먼저 센세이 GEN AI는 고객정보를 학습해 생산성 향상을 돕는 맞춤형 마케팅 'AI 비서'다. 고객사가 자사 인사이트를 학습시키면 브랜드별 활용 사례에 맞춰 결과물을 정교하게 조정해준다. 예를 들어 고객 재방문시 과거 어떤 상호작용을 했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파이어플라이는 이미지 생성과 텍스트 효과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AI 기능이다. 이미지와 텍스트 효과를 자동 생성할 수 있으며,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에프터 이펙트 등 각종 툴에 적용돼 작업속도와 효율성을 높인다. 이는 어도비 스톡 이미지, 개방형 라이선스 콘텐츠 및 저작권이 만료된 퍼블릭 도메인 콘텐츠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구동되는 생성형 AI다. 가장 큰 특징은 저작권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경쟁은 업무부터 실생활까지 사회의 근간을 바꾸고 있다"며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같은 흐름에 오르지 못하는 기업이 도태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