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생성 AI…스타트업 한파도 비껴간다
최근 몇년간 유동성이 넘쳐나며 스타트업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전세계적 감염병 사태가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이후 글로벌 거시경제가 악화됐다. 투자유치는 커녕, 아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오픈AI 대화형 챗봇 '챗GPT'가 몰고 온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이다. AI 기술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동아줄'이 내려온 모습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 캐피탈(VC) 업계는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세일즈포스 등도 자체 펀드 및 기술지원 등을 통해 전략적 투자를 준비·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VC 투자액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문제는 거시경제 불확실성 심화에 따라 투자 이탈이 가속화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집행된 투자액은 40% 가량 더 크다. 넘치는 유동성 아래 비교적 쉽게 투자가 이뤄진 만큼, 향후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AI 분야 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물론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또한 지난해 감소세를 보이긴 했다. 투자금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34%, 투자 건수 기준으로는 10%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기별로 살펴보면 변화가 엿보인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AI관련 VC투자는 지난 2021년 3분기부터 감소하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생성 AI스타트업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도 긍정적 요인이다. 전략적 투자를 통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먼저 고객관계관리(CRM) 강자 세일즈포스는 지난달 7일 생성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2억5000만달러(3279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투자 대상이 된 기업은 ▲오픈AI 출신들이 설립한 '앤스로픽(Anthropic)' ▲코히어(Cohere) ▲헬스.AI ▲유닷컴(You.com) 등이다.
구글 벤처스와 마이크로소프트 M12 등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들 또한 투자 자금 및 클라우드 등 기술 지원까지 단행하며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MS는 지난해 11월 오픈AI와 1억달러(1311억1000만원) 규모에 달하는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도 조성했다.
관건은 기술력과 상호운영성이다. 빅테크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기반으로 특정 목적이나 산업에 특화된 서비스를 구축하거나, 다양한 AI 모델간 상호 운용이 가능하도록 구현해야만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생성AI에 대한 투자는 VC산업 전반의 분위기를 역행하고 성장 중"이라며 "빅테크를 필두로 사업모델에 대한 본격적인 AI 적용 및 응용 사례가 늘어나며 VC업계 관심도 고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