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비욘드 크립토] 오욕의 세월 지나온 가상자산, 투기 넘어 NFT·게임·토큰증권으로 간다

2023-04-07     이성우 기자

왜 통신사는 통신보다 AI와 로봇에 더 관심이 많을까. 왜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와 커머스에 목을 맬까.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증권사가 코인을 만지작 거리는 이유는 뭘까. 테크M 창간 3주년 특별기획 <테크&비욘드>를 통해 디지털 혁신 기술이 산업 지형도를 바꾸는 '빅블러' 시대를 조망한다.<편집자주>


"그래서 어디에 쓰는데?"

2009년 최초의 가상자산 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약 15년간 가상자산 업계에 따라다닌 질문이다. 수많은 가상자산들이 '백서'라는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발행돼 거래됐지만 실제 사용 사례를 만든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또 무분별하게 가상자산이 발행되고 사라지다보니, 가상자산은 투기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덕분에 가상자산 산업이 도박판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그래픽=디미닛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은 가상자산 산업은 장미빛 사업계획을 내세워 가상자산을 판매하던 시기를 떠나보내고, 실제 사용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술품과 회원권을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접목하고, 게임에서 블록체인 대중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증권과 결합해 자산의 유동성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는 투기판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제 사용 사례를 만들면서 업의 본질을 재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품, 실물 혜택, 팬덤과 결합하는 NFT

가장 먼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부분은 NFT다. 디지털 아트가 NFT와 결합해 디지털 세상에서 소유권을 인정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21년에는 세계적인 경매업체인 크리스티가 진행한 NFT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6930만달러라는 거액에 낙찰됐다. 또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디지털 아트 NFT를 큐레이팅해 판매하는 '클립드롭스'를 출시해 다양한 NFT 작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비플의 매칠 첫 5000일 / 사진=크리스티 경매 홈페이지

미술품 다음으론 각종 실물 혜택이 NFT와 결합했다. 국내서 가장 대표적인 실물 혜택 연계 NFT는 신세계백화점의 '푸빌라'다. 푸빌라는 발렛파킹과 할인권, 식사권 등을 혜택으로 제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롯데홈쇼핑의 NFT '벨리곰'도 대표적인 대기업 NFT다. 가장 높은 등급의 벨리곰 NFT를 보유하면 ▲시그니엘 플래티넘 숙박 패키지 ▲롯데호텔 월드 숙박권 ▲프라이빗 샤롯데 패키지 ▲라이브커머스 벨리 할인권 등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 사진=레벨스 제공

최근엔 NFT가 팬덤과 결합하고 있다. K팝 스타 모습이 담긴 NFT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론 두나무와 하이브가 만든 NFT 전문 합작법인 '레벨스'가 모먼티카라는 플랫폼을 통해 K팝 스타 NFT를 발행하고 있다. '르세라핌부'터 '엔하이픈', '세븐틴'까지 다양한 그룹들의 NFT가 발행돼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다. 또 디지털 휴먼 아이돌 그룹 '메이브'도 NFT를 발행해 팬들이 메이브의 팬임을 인증할 수 있도록 했다. 


소유권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게임...대중화의 열쇠

가상자산 업계는 게임에서도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NFT와 토큰을 이용해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에 대한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 그동안 약관상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는 해당 게임을 만든 회사의 소유였다. 하지만 NFT로 소유권을 보장하고, 토큰을 활용해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용자가 해당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보상 받을 수 있도록 했다. NFT 아이템은 이제 회사 소유가 아니라 게이머 소유다.

오는 19일 출시되는 넷마블의 블록체인 게임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 사진=이성우 기자

업계에서는 게임이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일궈낼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게임이 가상자산 지갑 생성, 트랜잭션 수행 등 높은 블록체인 진입 장벽을 낮출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더리움 레이어2 솔루션 최강자 폴리곤은 게임을 블록체인 대중화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대형 게임사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넥슨, 네오위즈 등 국내 게임사들과도 협업을 발표한 바 있다. 

황선영 넥슨 그룹장(왼쪽)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GDC 2023에서 폴리곤과의 협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성우 기자

박성모 폴리곤 스튜디오 한국 비즈니스 개발 리드는 "게임이 블록체인 대중화에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게임은 재미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가상자산 지갑을 만들고 토큰을 전송하는 등 복잡하고 귀찮은 일들을 해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니어 프로토콜', '아발렌체' 등 블록체인들도 게임을 통해 실사용 사례를 만들기 위해 힘을 싣고 있다.


새로운 자산을 토큰에 담는다...너도나도 뛰어드는 토큰증권

게임만큼 업계의 이목을 끄는 분야가 바로 토큰증권(ST)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발표, 토큰증권을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계약증권 등 새로운 유형의 자산을 토큰이라는 그릇에 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간 유동화되지 못했던 자산들을 토큰화해 유동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 사진=몽크허브 갈무리

부동산 조각투자, 미술품 조각투자, 음원 저작수입권 투자, 소 조각투자 등 특례를 통해 존재했던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 내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걸그룹 '뉴진스'에 투자한다면, 소속사인 '하이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뉴진스가 발행하는 토큰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조달 능력 개선되고, 투자 기회의 다양화되고, 가격발견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은 일제히 토큰증권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두나무의 자회사 람다256은 올해 핵심 사업으로 STO를 지정하고, 이달 STO 솔루션 출시를 예고했다. 이밖에도 ▲파라메타 ▲소셜인프라테크 ▲슈퍼블록 ▲서울옥션블루 등도 STO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업뿐만 아니라 증권사들도 STO를 새 먹거리로 설정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투기와 사기로 얼룩진 10여년을 뒤로하고, 가상자산 업계는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해 블록체인의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 가상자산 업계의 진정한 '업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