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 1년 만에 돌아온 'AWS 게임데이'…전통 금융권이 '왕좌' 휩쓸었다

2023-04-12     김가은 기자
금융권 개발자 AWS 게임데이 현장/사진=AWS 제공

금융권 개발자들의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 '아마존웹서비스(AWS) 게임데이'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 왕좌를 휩쓴 건 전통 금융권 기업들이다. 지난해에는 핀테크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불과 1년만에 결과가 뒤집혔다.

지난 11일 AWS코리아는 서울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금융권 개발자를 대상으로 AWS 게임데이를 개최했다. 게임데이는 AWS 아키텍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게임화된 가상환경으로 구현하고, 이를 AWS 솔루션 기반으로 해결하는 대회다. 팀 단위로 진행되며, 미션 해결 시 주어지는 포인트를 합산해 우승팀을 가린다.


韓 대표 금융권 개발자 다 모였다

올해 게임데이는 '보안'을 주제로 미션이 주어졌다. 최근 클라우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금융권에서 관심도가 높다는 점을 반영한 주제다.

이번 행사에는 인프라 운영자, 개발자, 보안담당자, 데브옵스 엔지니어 등 실무자부터 관리자까지 다양한 직무와 직급에서 참여했다. 주요 참석 기업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삼성화재 ▲신한AI ▲하나은행 ▲우리 FIS ▲KB국민카드 ▲한화생명보험 ▲NH농협은행 ▲교보생명 ▲신한은행 ▲현대카드 ▲BMW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16개 기업이다.

금융권 개발자 AWS 게임데이 현장/사진=AWS 제공

게임은 참가자들이 가상의 금융사 직원이 돼 기업 내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사전 공지없이 현장에서 알려졌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보안, 운영, 관리 등 특정 역할에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게임데이에 투입된 AWS코리아 솔루션즈 아키텍트(SA)들이 상황에 맞는 연기를 더해 현실감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정안준 하나은행 대리는 "AWS 측에서 준비도 많이 해주고, 연기도 해줘서 몰입이 많이 됐다"며 "진짜 유니콘 회사 일원이 돼 업무를 하는 느낌이 들어서 현실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1등 거머쥔 현대카드

"10, 9, 8, 7, 6..."

마지막 10초가 지난 후 모든 미션이 종료되자 참가자들은 홀가분함과 아쉬움을 떨쳐내려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피자와 치킨, 맥주를 즐기던 중 최종 우승자가 결정됐다.

올해 AWS 게임데이 정상을 차지한 곳은 바로 현대카드 '클벗' 팀이었다. 클벗은 팀원 전체를 클라우드 아키텍트로 구성했다. 특히 데브옵스 방식을 채택해 개발팀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우승을 거머쥔 현대카드 '클벗' 팀/사진=AWS 제공

신지철 현대카드 매니저는 "꼴찌만 하지 말자고 왔고, 밑에서 앞뒤를 다툴거라 생각했다"며 "데브섹옵스가 이뤄지고 있는 조직에서 일하다보니 게임데이 컨셉과 잘 맞아 떨어진 점이 유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회사에서 AWS 게임데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고 싶다는 평도 이어졌다. 이기탁 현대카드 매니저는 "클라우드 기반은 아니지만 한동안 해커톤이라고 해서 미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기는 했었다"며 "한동안 소원하게 있다가 최근 다시 AWS 기반으로 시스템을 많이 만ㄷ르고 있어 직원 채용을 하고 있는데 수준도 체크하고, 동기부여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력자' 속한 KB국민카드, 보안 전문가로 꾸려진 하나은행

2위와 3위는 각각 KB국민카드 '케바케'팀과 하나은행 'SSAD' 팀이 차지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금융권 AWS 게임데이 1회 때 참가했던 '경력자'가 포함돼있는 팀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전체 팀원이 정보보호부 개발자다. '보안'이라는 이번 AWS 게임데이 주제에 가장 적합한 구성이었던 셈이다.

먼저 KB국민카드 케바케팀은 데이터사이언티스트와 개발자 조합으로 구성됐다. 특히 1회 때 참가했던 '경력자' 속해있어 노하우를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등 2회차로써의 면모를 뽐냈다. 팀 구성 과정 또한 이들이 주도했다. 개발자 팀원을 섭외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후문이다.

2위 KB국민카드 '케바케' 팀/사진=AWS 제공

박찬종 KB국민카드 과장은 "국민카드 내부 분석 플랫폼이 AWS 기반으로 구성돼있어 대회에서 1인분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 지원했다"며 "작년에도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개발팀 분들과 같이 나가보자고 말했고 '삼고초려' 비슷하게 회유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홍윤표 KB국민카드 계장은 "1회 게임데이 때 참가했었는데 당시에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마음이 무거웠다"며 "그러나 이제는 플랫폼이 익숙해졌고, 업무에서 사용하는 서비스와 다른 걸 하다보니 재밌게 참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션 수행 과정을 회상하며 "최초에는 미션을 하나씩 잡고 진행했지만 난이도 때문에 오래 걸리는 것도 있었다"며 "먼저 끝낸 사람이 오래 걸리는 쪽에 붙어서 도와주는 방식을 채택해 마지막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3위 하나은행 'SSAD' 팀/사진=AWS 제공

3위를 차지한 하나은행 SSAD팀은 정보보호부 내에서 클라우드 보안 전략, 네트워크 보안, 침해 대응 등을 담당하는 보안 전문가들로 이뤄졌다. 클라우드 도입 초기 단계인 하나은행 내에서 가장 관련 기술을 잘 사용하는 보안 부서원들이 나선 것이다.

채대승 하나은행 과장은 "클라우드를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하나은행에서 보안 부서가 가장 클라우드 기술을 선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보안 전략을 맡고 있어 지목이 됐고, 팀원을 한명씩 뽑으며 잘하는 거 알고 있으니 빼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나은행팀은 마지막 순간 역전의 드라마를 쓴 곳이기도 하다. 미션 중 빠뜨린 부분이 있어 마지막에 급히 문제를 해결한 점이 순위상승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김수호 하나은행 대리는 "목표가 뒤에서 3등이었는데 반대로 앞에서 3등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거둬 기분이 좋다"며 "이번 게임데이 미션 수행 당시 영역을 나눠서 각자 맡아 진행했는데, 자기 문제를 다 풀면 다른 분에게도 도움을 주는 등 팀워크가 잘 발휘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끝에 빠드린 부분이 있었다"며 "골든이미지를 만드는 걸 급하게 해결했는데 이후 등수가 5등에서 3등으로 올랐다"고 부연했다.


AWS "전통 금융권 변화 가파르다"

AWS측은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실력은 물론, 개발자 연령 및 성별 구성이 다채로워졌다는 것이다. 

노경훈 AWS 금융고객팀 총괄은 "일반적으로 금융 IT를 생각하면 낙후되고, 소위 '군대 문화'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분들이 많고, 클라우드를 통해 디지털전환(DT)을 이루려는 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노경훈 AWS 금융고객팀 총괄/사진=AWS 제공

또 그는 "핀테크, 인터넷 은행 등에서 유입된 개발자들이 많아졌다"며 "여성 엔지니어 개발자들의 참여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노 총괄은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거듭할 수록 큰 변화가 생겨 놀라고 있다"며 "클라우드 관련 기술을 내재화 하려는 흐름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