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사태 바로 보기] '코인이 문제가 아니라 코인 둘러싼 법과 제도가 문제'

2023-05-22     이성우 기자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이른바 '김남국 사태'로 블록체인과 게임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마치 가상자산 투자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보도되는가 하면, 게임업계가 블록체인 게임을 위해 입법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중인 가운데 언론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만 제기되고 있다. 테크M은 이번 사태를 바로 보기 위해 관련 의혹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본다. <편집자 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지속되면서 아직도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법이나 제도 없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만 의존하고 있는 가상자산 업계의 현실에 다시 한번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김 의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주식거래였다면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아 처벌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가상자산 관련 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자본시장법과 같은 처벌이 어렵다. 수년째 법 제도를 만들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국회와 정부가 외면한 결과다.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회색지대...합법-불법 기준 없다

김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거센 가운데 전무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법과 제도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특금법'이 유일하다.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거래소의 역할을 주로 규율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해 규정은 전혀 없다. 별도로 가상자산을 규정하고 투자와 관련된 규정을 만드는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법이 없다. 그래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해도, 시세조작을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애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국회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가상자산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지만 아직도 국회 본회의를 넘지 못했다.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지난 201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약 6년 만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해 테라 루나 사태와 FTX 파산 사태 이후 2022년 안에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최근 가상자산 상장 브로커 사건 및 관련 살인 사건까지 터지면서 다시 한번 관련 규율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그나마 법안이 소위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해당 법률은 ▲이용자 자산의 보호 ▲불공정거래의 규제 ▲감독 및 처분 ▲벌칙을 골자로 한다. 자본시장법을 빼닮은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와 정부가 늦장을 부린 탓에 법과 제도가 부재했고,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법과 제도가 없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돌고 돌아 핵심은 자금조달

결국 이번 김 의원 사태의 핵심은 자금조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와 ▲스테이킹 ▲LP 활동 ▲에어드롭 등은 일반적인 활동이다. 문제는 김 의원이 내부정보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인데, 그래도 처벌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법과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죄를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김남국 의원실 블로그

다만 자금조달은 다르다. 김 의원은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판매한 자금 약 10억원을 업비트에 입금해 투자했다고 밝혔지만, 빗썸에 보유하고 있던 위믹스를 어떻게 취득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검찰도 압수수색 영장에 정치자금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를 명시했다. 자금조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평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핵심은 빗썸에 보유하고 있던 위믹스를 어떻게 취득했는가"라며 "검찰이 정치자금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한 것도 자금조달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을거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후원금을 투자금으로 썼거나, 부정한 돈을 받았거나, 재산신고를 하지 않은 자금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출처·거래내역 밝히면 될일...법제도 반드시 보완해야

김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장기화 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블록체인 업계, 게임업계서도 김 의원이 자금출처와 거래내역을 직접 밝히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의 위메이드 현장 방문 비공개 회의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김 의원이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만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김 의원의 거래는 문제가 없는 것이고, 온갖 의혹에 고통 받는 블록체인 업계 및 게임업계가 한 시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자금출처와 거래내역을 밝혀서 의혹 해소만 하면 되는데 이를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가상자산이 재산 등록 대상이 아니었지만, 인사혁신처에서는 등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주식은 백지신탁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같은 규정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가상자산 투자는 (법적으로는 몰라도)도덕적·윤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음에도 어영부영 넘어갔다.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발견하고 보완해야 다음 사건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도 코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코인을 둘러싼 법과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