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트랩' 갇혀선 안돼...CJ ENM, K-예능으로 글로벌 승부

2023-06-28     이영아 기자
김숙 컬처미디어랩 대표 /사진=CJ ENM 제공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붉은 여왕에게 묻는다. "힘껏 달리는데 왜 제자리인가요?" 붉은 여왕이 답한다.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간신히 앞으로 나갈 수 있어. 가만히 있으면 뒤로 밀리게 되지."

한국 콘텐츠는 지금 '붉은 여왕 트랩'에 빠져있다.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지난 27일 CJ ENM 상암센터에서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주제로 진행된 '2023 컬처토크'에 참석해 한국 콘텐츠가 처한 상황을 이같이 비유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식재산권(IP) 확보와 글로벌 진출 등 여러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대표 K콘텐츠 사업자 CJ ENM은 K-드라마와 K-영화, K-팝을 넘어서 K-예능까지 IP 사업을 확대, 빠른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청사진을 공유했다.


넷플릭스 의존 위험...국내 사업자 발빠르게 움직여야

이날 김 대표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IP 확보를 통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 IP를 보유하면 플랫폼을 바꿔가며 콘텐츠의 생명력을 확장할 수 있다"라며 웹소설 원작으로 웹툰과 드라마까지 성공한 '재벌집 막내아들' 사례를 꼽았다.

IP 확보 전략으로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 다각화 ▲콘텐츠 제작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글로벌 기획 코디네이터 양성 지원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은 IP 공동 기획 및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국제적인 파트너와 자금, 문화감수성 등을 보완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제도적 지원책으로는 영상 콘텐츠 세액 공제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대다수 국가에서는 콘텐츠 산업 육성, 고용 창출 등을 위해 약 30% 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세액 공제를 매출이 아닌 연구 개발비, 제작비 등에도 적용한다. 이에 반해 한국의 공제율은 3% 수준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중요하다. 지속적인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문화감수성을 보유한 콘텐츠 기획자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기상어' 더핑크퐁컴퍼니가 문화감수테스크포스(TFT)를 구성한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피프스시즌 인수 등 CJ ENM의 행보를 두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최적화 작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매출 규모를 키우려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IP를 여러개 판매하는 것 보다는, 직접 현지 제작을 맡아 IP 저작권을 확보하고 유통하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도현 CJENM 해외콘텐츠사업팀장 /사진=CJ ENM 제공

 


CJ ENM, K-예능 맛집으로..."힘들지만 잠재력 큰 시장"

이날 행사에서는 K-콘텐츠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CJ ENM의 전략이 소개됐다.  CJ ENM의 기본 전략은 채널 다각화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등 글로벌 OTT ▲일본의 유넥스트, 비키, 동남아의 뷰, 중국의 아이치이 등 로컬 OTT ▲방송사 등 다양한 채널에 콘텐츠를 공급한다.

특히 CJ ENM은 K-예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김도현 CJ ENM 해외콘텐츠사업팀장은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예능 호감도 76.5%로 드라마와 영화에 비해 높다"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이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CJ ENM이 예능 해외 진출을 위해 꺼낸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콘텐츠 틀을 판매하는 '포맷 판매'다. 대표적인 것이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다. '너목보'는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 28개국에 포맷으로 판매된 상태다. 최근엔 티빙 '환승연애'도 일본에서 제작, 유통되고 있다.

두 번째는 '기존 제작물의 재판매'다. CJ ENM은 올해 2월 '서진이네'를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 한국 예능 최초로 유통했다. 기존 한국 자막 폰트를 영어 버전으로 제작하는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됐지만,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국가에서 아마존프라임비디오 1위에 올랐다. 

CJ ENM은 내년에는 예능 제작 시간을 올해보다 더욱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김 팀장은 "내년엔 예능 본부의 콘텐츠 제작 시간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며 "내부 제작진뿐 아니라 외부 제작진과의 협업을 확대해 다양한 콘텐츠를 tvN이나 티빙 등에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