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콘텐츠] '저작권 수호대' 카카오엔터 피콕...'태국·아랍 불법유통도 꼼짝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팀 '피콕'
#불법유통 사전·사후 완벽차단
#24시간 모니터링해 빠른 조치
#잠입 수사 및 인식개선 캠페인
#한국 웹툰을 불법 유통하는 곳으로 알려진 아랍의 한 커뮤니티 사이트. 아랍 최대 이용자를 보유한 곳으로, 최근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 웹툰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자 '베테랑 저작권 수호대'가 직접 나선 덕분이다. 집요한 추적과 여러 노하우를 결집해 운영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태국엔 한국 웹툰 열풍이 불고있다.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는 법, 웹툰 열풍을 타고 불법유통 사이트도 활개 치기 시작했다. 월정액 요금제를 이용하면 회차 상관없이 사이트에 게시된 모든 작품을 무제한 즐길 수 있어 현지 인기가 높다. '베테랑 저작권 수호대'는 이 사이트 고소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글로벌 웹툰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작품 불법유통에 칼을 빼들었다. 2016년부터 웹툰 불법유통 차단에 주력해오던 이 회사는 2021년 전담 대응팀 '피콕'을 꾸려 보다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수년간 작품 불법유통에 대응하며 쌓인 노하우와 기술을 지닌 베테랑이 모였다.
카카오엔터 피콕의 원칙은 "관용은 없다"라고 한다. 이 팀이 단속 중인 불법 사이트는 3000여개에 달하며, 글로벌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엔터 피콕은 올해 2800만여 작품의 불법유통을 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스파이처럼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잠입하며 '감시공백'을 원천 차단한다. 또 도덕적·규범적인 콘텐츠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캠페인 활동도 적극적이다.
국내외 웹툰 불법유통 사이트와 '전쟁중'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피콕팀은 가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신원이 드러날 경우 향후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다. 이들은 베테랑 저작권 수호대로, 국내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웹툰 불법유통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국 웹툰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웹툰 불법유통 사이트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년 웹툰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합법 웹툰 사이트 조회수는 286억, 웹툰 불법복제 유통 사이트 조회수는 334억으로, 불법 웹툰 시장의 침해 비율이 53.81%로 드러났다.
해외 불법유통 사이트는 수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익명성' 때문이다. 불법 번역유통 그룹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입장코드를 텔레그램 등 폐쇄적인 SNS를 통해 공유받아 입장하는 구조다. 피콕 측은 "이들은 번역 담당, 채색 담당, 검수 담당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저작권 인식이 자리잡지 않은 국가에서는 불법유통 사이트의 '당당한 영업'까지 활발하다. 개방된 커뮤니티에 불법유통 작품을 올리는 대신 하단에 '작품의 권리는 작가에게 있다'는 코멘트를 붙이는 식이다. 이들은 "한국 웹툰을 현지에 홍보해주는 것"이라며 뻔뻔한 태도로 불법유통을 일삼는다.
국내 불법유통 사이트와 전쟁 또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웹툰팬을 자처한 이용자가 작품을 각자 올리거나, 여러 해킹 가계정을 통해 수집한 작품으로 사이트를 운영한다. 피콕 측은 "불법공유한 작품으로 커뮤니티 내 '유명인'에 등극한다. 작품 감상자이자 공범, 조력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사전·사후차단 '철통보안'...6시간 내 삭제
2016년부터 저작권 보호에 힘써왔던 카카오엔터는 피콕팀을 꾸려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작품 불법 복제 및 해킹을 방지하는 사전 차단 기술을 통해 1차 유출을 막는다. 이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노출되는 불법작품을 24시간 감시 및 차단한다.
특히 자동화된 모니터링 시스템은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불법유통 웹툰이 특정 사이트에 업로드되면, 탐지하고 삭제까지 자동화됐다. 피콕 측은 "빠르면 6시간 내, 늦어도 이틀 이내 삭제가 된다"라며 "권리자의 적극 신고가 이뤄질 경우 빠르면 3시간 이내 삭제, 적극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모니터링 시스템도 피해가는 폐쇄적인 불법 사이트는 잠입수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불법유통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체계적인 전담 인력의 활약이 이때 빛을 발한다고 한다. 피콕 측은 "현지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구성원들이 잠입해 관련 증거물을 수집한다"고 말했다.
'주소 갈아타기' 등 수사망을 피해가는 행위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하루 한번씩 접속 차단해도, 주소를 변경해 재영업을 하는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피콕 측은 "인터넷주소(URL)를 미리 구입하는 식으로 선점, 불법유통 사이트의 운영을 교란한다"고 전했다.
불법 유통 사이트가 주 활동 무대로 삼는 폐쇄형 SNS 관련 대응 규칙도 내부 마련해둔 상태다.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채널별 특성에 맞춰 빠른 신고 및 삭제 조치가 가능한 매뉴얼을 구축해뒀다. 수년간 불법유통을 전담하며 생긴 노하우가 결집했다. 국내외 단속하는 사이트가 3000여개에 달한다. 집중 모니터링하는 작품 수는 2000여개다. 피콕 측은 "모니터링 작품 교체 주기 효율화 작업이 꾸준히 진행 중이고, 단속 플랫폼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 인식 개선 앞장..."정책 도움도 필요"
피콕 측은 "(불법유통) 궁극의 사전차단은 저작권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엔터 피콕은 이를 위한 캠페인도 적극적이다. 인도네시아 지사와 함께 불법근절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관련 콘텐츠가 두 달 동안 600여개 생성됐다. 30만 이상 조회수를 올린 캠페인 콘텐츠도 생겼다.
피콕 측은 "인도네시아 캠페인 이후 불법유통 관련 신고가 늘었다. 일시적 캠페인이지만 고무적인 성과를 냈고, 앞으로 여러 국가에서 확대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카카오엔터 피콕팀은 현지 제보가 불법유통 차단에 가장 큰 힘이 됐다고 강조한다. 여러 제보가 모여 사이트 폐쇄를 이끈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아랍 1위 불법유통 사이트를 폐쇄한 것도 제보의 힘이 컸다. 피콕 측은 "카카오엔터 플랫폼이 진출한 언어권 외에도 아랍, 스페인, 베트남 등도 집중 대응하고 있다"라며 "최근엔 태국 유명 불법유통 사이트 운영자를 특정하는 것에 성공했고, 고소·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궁극적으론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전했다. 권리자만 불법유통 대응에 나서기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피콕 측은 "수사기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사이버범죄 공조 조약인 '부다페스트 협약' 등을 적극 활용해 강력하게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피콕팀은 불법유통 콘텐츠 근절을 위한 '모두의 노력'을 강조했다. 피콕 측은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가 불법도박 광고로 벌어드리는 돈은 건당 수천만원까지 올라왔다"라며 "불법유통 사이트가 이익을 얻는 사이, 피해를 당하는 것은 국내 콘텐츠 권리자와 창작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웹툰은 초독 가치가 굉장히 중요한 콘텐츠다. 한 번 몰입해서 정주행하면 다시 찾아보는 사례가 아직까진 드물다"라며 "잠재적인 피해는 금전 추산도 어려울 정도로 크다.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행위가 잘못됐다고 인지하고, 스스로 자정하는 생태계를 만들기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