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 사전규제, 플랫폼 혁신 동력 저해'...학계 한목소리

2023-09-06     이영아 기자
/그래픽=디디다컴퍼니

학계에서 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사전규제는 비효율적이고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국 빅테크 플랫폼이 없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비롯한 국내 플랫폼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EU DMA식 사전규제는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EU는 온라인플랫폼 규제법 DMA를 도입,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DMA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따로 지정해 자사 서비스 우대 정책이나 특정 결제 시스템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시정 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인수합병(M&A)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사전규제법이다.

티볼트 슈레펠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교수는 "EU DMA법이 시행됐지만 최근 폭풍의 눈으로 부상한 '생성형 AI'에 대한 규정이 빠져있다"라며 "이처럼 사전규제는 업계 현안을 즉시 반영하기 어렵고, 실효성이 없어도 수정하는데 오래 걸리는 등 문제점이 많다"라고 했다.

사전규제의 경직성으로 정확한 현안 반영이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사전규제 대신 사후 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사전규제를 해야 한다면 정기적으로 평가를 수행해 해당 규칙이 효과적인지,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분석해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콜라이 바르첸테비치 영국 서리대학교 교수는 "DMA법 시행으로 중소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쉬워짐에 따라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취약한 상황에 이용자가 노출될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사전규제의 장단을 면밀히 분석하고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후규제를 우선하되, 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사전 규제를 '적응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유럽엔 대형 토종 플랫폼이 없어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을 견제할 목적에서 사전규제법을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EU의 DMA식 사전규제 방식은 온라인 플랫폼의 산업 혁신 동력 약화와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각계의 우려가 깊다"라고 언급했다.

오규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이미 촘촘한 규제 법제를 갖췄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다수의 국내외 유력 플랫폼 사업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경쟁법을 시행해 왔다"며 "경직된 사전규제 도입 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술 및 데이터 관련 인력과 자원을 대폭 확충해 신속한 법집행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