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34억달러 규모 FTX 자산 매각 승인...'시장에 큰 영향 없을 것'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에 묶여있던 가상자산들이 시장에 풀린다. 미국 법원이 FTX 자산 매각을 승인한 것. FTX는 뱅크런 사태 이후 자산이 동결된 바 있다. 이번 자산 매각 승인으로 악 34억달러(약 4조50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선 이번 매각이 가상자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이 장외거래(OTC)를 통해 매각될 가능성이 높고,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델라웨어 주 지방 법원은 FTX가 보유한 자산의 매각을 승인했다. 채권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하라는 취지다. FTX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5억6000만달러 ▲이더리움 1억9200만달러 ▲리플 1억1900만달러 ▲테더 1억2000만달러 ▲솔라나 11억6000만달러 ▲앱토스 1억3700만달러 ▲바이코노미익스체인지토큰 4900만달러 ▲스타게이트파이낸스 4600만달러 ▲랩트비트코인 4100만달러 ▲랩트이더리움 $3,700만 등으로 총 약 34억달러 규모다.
이번 판결에 따라 FTX는 매주 최대 1억달러 가량의 가상자산을 매각할 수 있게 됐다. 또 향후 법원에 추가 통지를 제출해 주간 한도를 2억달러까지 올릴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FTX가 법원에 제출한 계획안은 ▲첫주 매각 한도는 5000만달러(이후 1억 달러) ▲법원에 추가 통지를 제출해 주간 한도를 2억 달러까지 상향 ▲채무자는 콜 풋 옵션과 같은 헷징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보유하고 헷징 가능 자산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그리고 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디지털 자산이 해당 ▲파생상품 거래소에서 체결되는 거래는 매각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테이킹에 대한 옵션을 활용할 권한이 주어진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아울러 FTX 측은 해당 계획안에 "자산 매각시 사전 공지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앞서 FTX는 지난해 11월 뱅크런 사태로 인해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 당시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들이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자가 세운 투자사 '알라메다'의 위험성을 보도하며 FTX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알라메다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결과 자산 대부분이 FTX 거래소 자체 가상자산인 'FTT'로 구성돼있다는 지적이었다. 그간 FTX는 알라메다를 통해 FTT를 운용했을 뿐만 아니라, 담보 대출 등 파생상품에도 활용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이에 FTX가 발행한 FTT를 알라메다가 대부분 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재정 부실 우려가 급속도로 번졌다.
여기에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보유한 모든 FTT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며 기름을 부었다. 샘 뱅크먼 프리드 창업자는 "유동성 위기는 거짓 루머"라고 대응했지만, 투자자들이 FTX에서 보유 가상자산을 대량으로 인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11일(현지시간) FTX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산신청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법원의 FTX 자산 매각 승인으로 FTX 투자자들은 약 1년만에 투자자금의 일부라도 돌려 받을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아울러 FTX 자산 매각 승인 결정으로 인해 대량의 가상자산이 시장에 풀려 가상자산 매도 압력이 커질거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해당 가상자산들이 시장에 직접 풀릴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제 해결로 불확실성이 하나 줄어드는거란 설명이다.
가상자산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비트코인은 반등하고 있다. 법원이, 제도권이 해결 방안을 마련해준다는 것은 거시적으로 봤을 때 좋은 신호”라며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악재인데, 이것이 해결되는 측면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교수는 “시장에 FTX 자산 물량이 직접 풀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OTC 거래, 블록딜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에 아예 충격이 없진 않겠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또 채권을 갚으면서 크립토 프로젝트에 투자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