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화 규제로 개입 최소화해야'...코빗 리서치센터, 크립토맘 '헤스터 퍼스' SEC 위원 만났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코빗 리서치센터가 헤스터 퍼스(Hester M. Peirce)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과의 면담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가상자산 제도권화 현황 파악을 위해 지난 8월 뉴욕을 방문해 업계 주요 인사 및 관련 기업들을 찾았다. 이후 미국 현지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 리포트 시리즈를 발간하기로 했다. 이번 제1편에서는 지난달 18일에 있었던 헤스터 퍼스 위원과의 면담 내용을 담았다.
헤스터 퍼스는 SEC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소속된 위원장 포함 5인 위원 중 한명이다. SEC의 주요 의사 결정이 바로 이 5명 위원단의 투표로 이뤄진다. 특히 가상자산 산업에 합리적인 규제를 적용해 혁신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업계에서는 '크립토 맘(Crypto Mom)'으로 불린다. 퍼스 위원의 이런 생각이 담긴 대표적인 것이 '토큰 세이프 하버 조항(Token Safe Harbor Proposal)' 이다.
정 센터장과 만난 헤스터 퍼스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논쟁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투자자 보호는 뒤로 밀리는 상황을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며 미 의회의 조속한 가상자산 기본법 입법을 촉구했다. 퍼스 위원은 우리나라 규제 당국과 소통한 적은 없다고 말했으나 한국 정부도 자국 가상자산업계에 최적화된 규제를 기반으로 개입은 최소화함으로써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업계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증권성 측면에서 퍼스 위원은 자금 조달 과정에서 가치 교환 매개 수단으로 사용된 가상자산 자체가 투자계약의 내용을 계승하기 때문에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어서 결국 가상자산을 다루는 대부분의 사업이 SEC의 관할권에 있다는 SEC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리플 소송에서 나온 법원의 약식 판결 내용이 투자계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1934년 SEC 설립 당시의 공시 기반의 원칙을 따르되 임의의 판단으로 투자자의 선택권을 차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에 내부자(프로젝트 리더)와 외부자(일반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규로 공시를 의무화해 공정한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퍼스 위원이 제안한 '토큰 세이프 하버 조항'에서는 3년 유예 기간 후에 탈중앙화가 달성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공시 의무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충분한 탈중앙화를 규정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퍼스 위원도 아직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했다며 정 센터장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이에 정 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가 6개월마다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정도를 측정해 분석하고 있다는 내용을 퍼스 위원과 공유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규제 당국 고위 관료 중 한 명인 헤스터 퍼스 위원의 혁신 중시 성향과 적극적 소통 능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한국 가상자산 업계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이해관계자들의 열린 소통의 장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