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 대를 이은 '동행'…안내견과 함께 한 30년, 또 걸어갈 30년

2023-09-19     남도영 기자
故 이건희 회장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리트리버 견종을 돌보는 모습 /사진=삼성 제공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것 없지만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故 이건희 회장)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신념으로 시작된 삼성 안내견 사업이 30주년을 맞았다. 

삼성은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참석했다. 홍 전 관장이 공개된 회사 공식 행사에 참석한 건 2017년 관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처음이다.

19일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前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William Thornton)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사진=삼성 제공

이번 행사에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등 안내견의 전 생애와 함께해 온 이들이 함께 했다. 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시각장애인 파트너이기도 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등이 참석했다.

기념식에서는 '먼 훗날'을 내다보고 안내견 사업을 시작한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신념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변화 등 성과를 되돌아보는 영상이 상영됐다. 1993년 6월 '신경영'을 선언한 이건희 회장은 같은 해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다. 이 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 이래 매년 12~15두를 분양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280두의 안내견을 분양해 현재 76두가 활동 중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일반인 대상으로 한 시각장애 체험 행사 등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IGDF)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30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안내견 사업을 지속해 온 삼성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IGDF) 회장은 삼성의 30년에 걸친 노력을 평가하는 감사패를 전달하며 "삼성은 지난 30년간 진정성있는 노력으로 안내견을 훈련시켜왔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세계적인 기관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19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 3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前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시각장애인 파트너들의 모습 /사진=삼성 제공

안내견은 생후 훈련기간 약 2년과 활동기간 7~8년, 은퇴 뒤 노후 돌봄 등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새로운 30년을 향해 다시 또 한 걸음을 내딛는 '안내견 분양식과 은퇴식'도 진행됐다. 퍼피워커의 손을 떠나 안내견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강아지와, 7~8년 간의 안내견 활동을 마치고 반려견으로 삶의 2막을 시작하는 은퇴견, 그리고 이들과 함께 했고 함께 할 사람들의 만남을 축하하고 이별을 위로하는 행사다.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교장은 "이건희 회장님의 혜안과 신념, 그리고 모든 이들의 사랑과 헌신이 삼성 안내견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같은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안내견학교 시설과 훈련∙교육 프로그램의 개선,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새로운 30년 동안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더욱 행복한 동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견사를 기존의 2배 크기로 확장하면서 안내견의 번식과 생활을 위한 공간을 더욱 안락하게 꾸미는 공사를 올해 진행했다. 또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위한 교육 워크숍 횟수를 늘리고 장애인을 배려한 청각 교육자료 비중을 확대하는 등 교육의 양과 질 개선도 지속하고 있다.

한 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예비 안내견들. /사진=삼성 제공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