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이슈] 매각설 휩싸인 11번가, 앱 까보니 속빈 강정?...인당 사용시간 최저치

2023-10-12     이수호 기자
안정은 11번가 대표/사진=11번가

 

11번가의 인수 주체를 두고 연일 시장의 추측성 풍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11번가 모바일 이용자 지표가 크게 흔들리고 있어 귀추가 쏠린다. 겉으로 보여지는 밸류에이션과 별개로, 모바일 커머스의 이용자 활동 지표가 크게 붕괴돼 매각 협상에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번가 앱의 지난 9월,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32.62분으로 1년새 무려 12분 가량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초만해도 월간 이용자 총 사용시간은 848만여 시간에 달했지만, 올 9월 들어선 400만시간대로 반토막 난 상태다. 상당수의 커머스 이용자가 모바일 앱을 활용한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기업가치를 띄워야하는 11번가의 현 상황이 쉽지 않은 것. 

사실 11번가 앱 자체의 이용자 추이는 나쁘지 않다. 올 9월 11번가 앱의 순이용자(MAU) 규모는 여전히 783만명 규모에 달한다. 이는 쿠팡에 이어 국내 2위 규모다. 특히 지난해 12월(780만명)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활성 기기 수는 무려 1839만대에 달한다. 쉽게 말해 이용자 추이는 그대로인데, 정작 소비자들이 11번가에서 충분히 쇼핑을 즐기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매월 11번가를 방문하는 고객이 1400만 명인데 더 많은 고객이 더 많은 가치를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밝힌 안정은 대표의 말이 무색해진 것. 

경쟁사 앱과 비교하면 11번가의 모바일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컨대 이용자 규모(MAU)가 200만명 수준에 불과한 SSG닷컴 앱의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42.5분, 320만명 규모의 이용자를 갖춘 컬리는 무려 48.75분에 달한다. 킬러 콘텐츠 개발에 공을 들여온 소셜커머스 티몬의 경우 64분, 전국민이 애용하는 국내 1위 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인당 110분에 이른다. MAU 규모 면에서 11번가와 비슷한 G마켓(500만명대) 또한 인당 64분 가량 쇼핑을 즐긴다. 

 

11번가 앱의 1인당 평균 사용시간 추이 /그래프=모바일인덱스

 

쉽게 말해 11번가는 이커머스 앱으로서 충분한 사용성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한 789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515억원으로 1년새 무려 118.4% 증가했다. 안 대표 취임 이후 일부 줄여냈으나, 올 상반기 영업손실액 또한 509억원에 달한다.

적잖은 마케팅으로 겉포장에 공을 들였지만, 실속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겉으로 보여지는 MAU 지표 활성화를 위해 적잖은 마케팅을 투입하고 있지만, 헛장사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유일하게 아마존의 해외직구 상품을 판매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주요 고객의 70%(모바일 앱 기준)가 3040세대인 탓에 경쟁앱들과의 직접 대결이 불가피한 상태다. 주력인 생필품-식료품의 경우, 쿠팡과 컬리와 경쟁선상에 놓여 있다.  

직매입 상품을 기반으로 한 '슈팅배송' 역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올 7월 이후 생수를 비롯, 슈팅배송 상품군을 늘리고 있지만 MAU는 오히려 매달 소폭 감소세다. 

한편 11번가는 IPO가 좌초된 이후, 연일 매각설에 휩싸인 상태다. 큐텐을 비롯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굵직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11번가의 주인인 SK는 IPO 좌초에 따라 FI인 H&Q·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PE)에 5000억원을 상환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