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이슈] 삼성-현대차, 집-차 잇는 '초연결' 전략 가동

홈투카∙카투홈 맞춤형 서비스 제공 스마트싱스 '초연결' 비전 커넥티드 카로 확대 전장사업 확대에 이재용 회장 '하만' 선구안 주목

2024-01-04     남도영 기자
현대차·기아 차량에 삼성전자 스마트싱스가 적용되는 모습의 예시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초연결' 구상을 스마트홈에서 커넥티드 카까지 확장한다. 손 안의 스마트폰, 집 안의 스마트 가전을 넘어 스마트 카를 통해 외부 환경과도 상호연동하며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확대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점찍은 하만의 가치 상승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알람 울리면 자동차 히터 켜진다

4일 삼성전자는 현대차∙기아와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싱스' 플랫폼의 연동 범위를 커넥티드 카로 확대하는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사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플랫폼과 현대차∙기아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 플랫폼을 연동해 ▲홈투카∙카투홈 서비스 ▲통합 홈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홈투카·카투홈 서비스는 스마트홈과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계해 서로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에서 차에 시동을 걸 거나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하고, 전기차(EV) 충전 상태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 반대로 차에서도 집안의 TV, 에어컨 등 가전과 전기차 충전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에 적용 예정인 홈투카 서비스의 예시 /사진=삼성전자 제공

스마트싱스에 '기상 모드', '귀가 모드' 등을 설정하면 차를 포함한 연결 기기들을 한 번에 작동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갤럭시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커튼이 열리며 조명과 TV가 켜지고, 차량은 내부 적정 온도를 맞춰 놓는 식이다. TV 화면에는 전기차 배터리 잔량과 주행 가능 거래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가정과 전기차의 통합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스마트싱스 연결을 통해 가정과 차량의 에너지 사용량을 통합해 모니터링하고, 전기차 충전기 및 차량의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거나 요금제 및 탄소배출량 등을 고려해 최적 충전의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삼성 '초연결' 비전 '커넥티드 카'로 확장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CES 2023'에서 현재 시장에 출시된 140억개에 달하는 다양한 커넥티드 기기들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초연결 시대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 절반에 가까운 임직원들이 커넥티드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매년 5억여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약 6억명 이상이 삼성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이 수많은 삼성 제품 뿐만 아니라 모든 커넥티드 제품과 서비스, 사용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전에 없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삼성의 초연결 비전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부터 생활가전, TV까지 다양한 커넥티드 기기를 직접 개발·생산하는 삼성전자가 추구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으로, 이번 협업을 통해 커넥티드 카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초연결 전략의 핵심 기반인 통합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는 전 세계 3억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확보했고,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 AI 비서 '빅스비', 스마트 운영체제 '타이젠' 등 초연결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개선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 '삼성 가우스'를 기반으로 초연결 기반의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을 주제로 삼성전자의 AI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현대차 동맹 확장…전장사업 하만 역할 주목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V60'에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데 이어, 삼성전자의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 목록에 추가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 협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했으며,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을 현대차에 공급한 바 있다. 또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약 5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같은 협업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자회사 하만의 역할 확대가 주목된다. 하만의 디지털콧핏 패키지 '레디 업그레이드(Ready Upgrade)'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스마트싱스 탑재를 통한 다양한 카투홈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하만

하만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주도로 지난 2016년 80억달러(약 10조470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미국 기업이다. 당시 이 회장이 전장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투자한 빅딜로 화제를 모았지만, 인수 이후 장기간 이렇다 할 성과없이 실적이 크게 악화되며 '아픈 손가락'이라 불렸다. 하지만 최근 전동화 추세 가속화와 더불어 하만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부터 하만은 자회사 통폐합과 조직 슬림화를 통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고,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8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나타냈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미래사업기획단 신설 등을 통해 미래먹거리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하만이 주도하는 전장사업의 투자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래사업기획단 신설 발표 직후 하만의 오디오 플랫폼 '룬' 인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로봇,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에 이을 삼성의 투자 대상으로 전장을 주목한다"며 "자동차 사업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전기차/자율주행 시대 도래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고도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