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해진 공정위? 플랫폼법 간담회에 '구글' 대신 '퀄컴' 참석한 이유는

2024-01-24     이수호 기자
사진=주한미국상공회의소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설명을 위해 해외 빅테크 기업과의 소통을 시도했지만, 해당 기업들이 불참을 통보해 주목된다. 정작 해당 간담회엔 플랫폼법과 관련이 없는 반도체 기업 퀄컴이 참석하기로 해 국내 규제 당국의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공정위는 플랫폼법을 논의하기 위해 25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암참이 회원사와 공정위 간 가교역할을 하려고 마련했다. 매출·시장점유율·이용자 수 등의 정량적 규제를 만들어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법에 대한 오해를 풀고 설명하는 자리로 추정된다. 

다만 이날 자리에는 퀄컴, 매치, 썬더, 유니퀘스트 4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 정작 구글, 애플,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참석을 희망한 퀄컴은 글로벌 대표 반도체 제조기업으로 플랫폼법과 큰 연관이 없다. 매치그룹은 미국 댈러스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7~28% 수준인 틴더(Tinder)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월간 사용자는 17만명(지난해 12월) 남짓으로 대형 플랫폼 기업을 타깃한 플랫폼법과 관련성이 적다. 이밖에 반도체 솔루션 공급업체 유니퀘스트(Uniquest) 등의 경우도 해당 법안과 무관하다. 

반면 구글이나 애플, 메타 등 플랫폼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일제히 불참을 통보하며 공정위 입장이 난처해진 상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나 골자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불참한 것으로 안다"며 "참석 자체가 공정위 플랫폼법에 동의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실제 암참은 그동안 플랫폼법 도입이 '사전규제'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또 "근거 없는 섣부른 사전규제는 불필요한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영세 사업자의 판로를 잃게 해 소비자 후생의 후퇴를 유발할 것"라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플랫폼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실질적인 업계 설득에는 실패하면서 국내외 기업 규제에 대한 비판 여론에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법안 규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당사자도 아닌 기업들을 만나 '열심히 업계와 협의하고 오해를 풀고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내비치려는 '쇼맨십'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공정위는 "산업부, 외교부 등과 협의해 통상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잡음 없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미국 현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원 22명은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제로 미국 기업들을 부당하게 옥죄고 있다"며 규제를 풀어달라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유럽은 구글·애플·아마존·메타 등 미국 기업들을 사전에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DMA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 공정위도 유럽처럼 구글이나 애플 등을 플랫폼법으로 규제할 경우, 지금의 미국-유럽처럼 한미관계에 차질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