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 카카오의 디지털 헬스케어, 카카오택시와 어떻게 다를까
카카오가 의료와 테크와의 만남을 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의료 시장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기 위해 수많은 이익집단 간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또 이들을 물리치고 동시에 기존 규제까지 넘어야하는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카카오의 플랫폼 사업 중 진통이 없었던 곳을 찾기 드물다. 그러나 헬스케어만큼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리고 있다. 카카오가 그간의 플랫폼 확장과는 사뭇 다른 전략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카카오는 당뇨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첫 이용자향(B2C) 서비스인 파스타를 내놨다. 파스타는 국내 약 570만명의 당뇨 환자와 약 1500만명의 당뇨 전당뇨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환자들이 모바일을 통해 건강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고, 병원은 손 쉽게 환자 데이터를 취득해 가치있게 가치를 돌보는 개념이다. 파스타가 환자와 병원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것.
단순 모바일 앱만 내놓은 것이 아니다. 카카오는 아이센스와 손잡고 혈당 연속 측정기를 출시하기로 했다. 피부 아래에 삽입한 센서를 통해 혈당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첨단 혈당측정기로, 보험이 적용되면서 어느정도 대중화를 이뤄낸 상태다. 연속 혈당 측정기는 한번 붙여놓고 10일 정도 쓰는 방식으로 가격은 10만원 전후다.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체감 비용은 많이 내려갈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기기를 사면, 소프트웨어 활용은 무료다. 이 역시 카카오의 대중화 전략 일환이다.
아이센스의 기기를 1회 착용, 최대 15일 동안 실시간으로 혈당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정보와 말리아 스마트센서의 인슐린 주입 히스토리 등이 자동 전송되는 구조로, 사용자는 각종 웨어러블 기기, 체중계 등 스마트기기와 카카오헬스케어의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 및 앱을 활용할 수 있다.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인 운동, 수면, 식사, 스트레스, 체지방, 근육량 등의 데이터를 쉽게 입력하고, 이렇게 모아진 정보를 바탕으로 혈당과 각종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AI로 분석하게 된다. 누적 가이드를 제공하면 사용자는 본인 스스로 문제가 되는 변수를 제어하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가 첫 헬스케어 사업지로 당뇨를 꼽은 것은 의료시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최대한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뇨의 경우 국가가 연간 1조원을, 개인도 3조원 이상의 거액을 매년 지출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질병이다.
알면서도 조절이 쉽지 않고, 매시간 경각심을 갖기 어려우니 생활 자체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 또 병원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리도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카카오는 환자들의 경각심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연속 혈당 측정에 주안점을 뒀다. 아울러 연계 질환으로의 확장성도 눈길을 끈다. 당뇨는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사실상 세트로 움직인다. 추후 연계 질환 관리까지 나아가겠다는 포석이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병원과의 데이터 연동에 힘을 써 시장의 반발을 줄여냈다. 혈당측정기(CGM) 회사들과 손잡고 의료원 6곳 대학병원 13곳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카카오 홀로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닌, 기존 의료 플레이어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
또한 카카오는 파스타 앱을 통해 수집된 이용자들의 혈당 정보를 의사가 웹에서 확인하고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가용 대시보드 '파스타 커넥트 프로'를 선보였다. 이는 개인병원들도 파스타 앱을 통해 환자 치료를 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환자가 입력한 식사 기록, 운동 정보 등 생활 습관과 실시간 혈당 추이를 의사가 확인하고 교육 및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는 병원의 EMR(Electronic Medical Record)과 연동해 환자 및 의료진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카카오는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앞두고 현직 의사를 대거 영입, 시장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의사 출신인 김치원 상무와 정주연 심사역을 영입하고 서울대 의대 출신의 헬스케어 전문가 황희 교수를 전격 영입, 그에게 카카오 헬스케어 지휘봉을 맡겼다.
황 대표는 분당서울대병원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로 재직한 이후, 해외병원과 추진한 디지털 병원 혁신 사업만 20여건에 이른다. 지난 2019년에는 미국 보건의료정보시스템관리협회가 선정한 디지털헬스케어 혁신리더 5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해 관계자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의료계 혁신 리더가 카카오헬스케어를 직접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카카오가 돈과 관련한 민감한 영역은 의료시장에 그대로 두고, 일정 수준의 데이터 및 트래픽만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비대면 진료 쪽으로 카카오가 직접 진출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의료계와 함께 크겠다는 것. 당장 카카오는 올 상반기 중, 당뇨를 넘어 고혈압 등 인접 질환으로의 데이터 관리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개인화된 메디컬 통합앱으로 진화를 꿈꾸고 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