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통상마찰 우려에도 '플랫폼법' 또 꺼냈다 

2024-03-07     이수호 기자
그래픽=디미닛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검토를 시사했던 플랫폼법 추진을 다시 언급해 이목이 쏠린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통상마찰 우려를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규제안을 내밀겠다는 의지다.

한 위원장은 7일 공정거래실천모임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국회와 업계, 미국 정부, 학계, 유관부서와 이견 등으로 플랫폼법 제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특별한 개편안 및 업계와의 소통 없이 또다시 기존 규제안을 내민 것. 한 위원장은 오전에 이어 이날 오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오찬 강연에도 참석해 규제 의지를 또다시 드러냈다.

업계에선 한 위원장의 발언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공정위는 한달 동안 적극적인 행보를 하지 않다가 EU 27개국이 빅테크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를 전면 시행하기로 하자, 다시 규제를 꺼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우리 공정위가 EU와 마찬가지로 유럽형 규제 모델을 꺼내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이같은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암참 행사는 플랫폼법을 설명하는 간담회가 아닌 연례 행사였음에도 구글, 애플, 메타 등 주요 기업은 불참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에도 규제 대상 미국 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암참을 찾았지만, 구글∙애플∙메타 등은 불참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플랫폼법과 무관한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플랫폼법 관련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해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국 전 백악관 인사들이 통상마찰 등을 잇따라 경고한 만큼, 우리 정부의 부담이 상당해질 전망이다. 앞서 클리트 윌렘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지난 6일 "한국의 플랫폼법이 현실화되면 무역확장법 301조(불공적 교역 관련 구제조항) 발동 등 양국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물로 백악관 NEC 부위원장을 지냈고 미 무역대표부(USTR), 하원 예산위원회 등 지낸 인사다. 그는 현재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경제 부문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 역시 "한국의 새 플랫폼 규제가 마련될 경우 미국과 한국 기업들은 수년간 퇴보시키면서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기업들은 미래의 디지털 플랫폼 개발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 업계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만 돕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학계, 투자업계, 스타트업업계, 한국 정부, 국회, 미국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쳐 플랫폼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했지만 구체적인 안은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플랫폼법을 제정해야할 명분도 방향성도 잡지 못한채 입법만 강행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