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 외국인 사로잡은 만국 공통어 '질 좋고, 값 싸게' 실천한 '브그즈트랩'
남보다 싸게 사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다. 내가 당하면(?) 억울하지만 주변 친구보다 싸게 살 경우 마치 우위를 점한 듯한 느낌도 든다. 질 좋은 물건일수록 싸게 샀다고 자랑하고 싶기까지 한다. 번개장터가 새롭게 단장한 '브그즈트랩'은 이런 자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최근 번개장터는 브그즈트랩 2호점에 위탁판매 존을 새롭게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개인 판매자도 오프라인으로 중고 물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스알못'(스니커즈 알지 못하는) 기자도 마음이 혹할 수밖에 없었다. 기대감 속에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지난 6일 브그즈트랩을 방문했다.
매장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외국인 방문객이 정말 많아 깜짝 놀랐다. 방문객 10명 중 8명은 외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주승진 번개장터 팀장은 "지난 2021년 오픈한 스니커즈 전문 중고 거래 매장 브그즈트랩 2호점 방문객 중 70%가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브그즈트랩이 해외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성지로 부상한 셈이다.
판매자는 '케어'를, 구매자는 '안심'을
싸고 질 좋은 물건이 있다는 게 해외까지 소문이 났다보다. 위탁판매 존에서도 한국말보다 영어, 태국어, 중국어 등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싸게 사고 싶은 욕구는 만국공통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표에 0이 적은 스니커즈 일수록 보는 눈은 많았다.
조금 관찰해보니 다들 루트가 비슷했다. 입구에 놓인 '빨간 조던'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매장으로 들어온다. 빨간 조던의 가격표를 확인한 뒤 발걸음을 옮겨 주변에 놓인 다른 조던을 구경한다. 발길이 온전히 멈춘 곳은 '위탁판매 존'이었다.
이날 같이 방문했던 동료 기자는 하얀 나이키 신발에 마음을 뺏겼다. 1차는 품질에, 2차는 가격에 놀랐다. 중고제품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오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흰색이었지만 때 탄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밑창도 깔끔했다. 개인이 위탁한 제품이지만 '번개케어'를 거쳐 품질에 대한 우려를 없앴다. 번개장터는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이런 관리 서비스와 비용은 받는다.
가격은 6만5000원. 구매 쪽으로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다. 참고로 위탁판매 상품은 실착이 안 된다. 이 경우 매장에서 최대한 비슷한 제품을 찾아 사이즈를 가늠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료 기자 발 사이즈는 245. 신발은 250 사이즈였다. 그는 5사이즈 정도는 가격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취재를 마치고 매장을 나가는 동료 기자 어깨에 쇼핑백이 걸렸다.
"콜라보가 제일 쉬웠어요"...개성담긴 콜라보 제품
매장 바깥과 입구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각종 컬래버레이션(콜라보) 제품이 진열돼있었다. 바깥에는 디올과 루이비통 등 각종 명품 콜라보 제품이 있었다. 제품별로 명품 브랜드의 특성이 녹아들어 있었다. 디올은 특유의 패턴으로, 루이비통은 자체 참 장식으로 개성을 더했다.
오른쪽에 진열된 콜라보 제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우리나라 특색을 가득 품은 에어 제품은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서울특별시와 콜라보한 '서울에디션'이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위탁판매 존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다. 태극기 배경인 흰색과 태극무늬의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검곤감이를 상징하는 검정색까지. 영어로 새겨져있는 기존 제품과 다르게 서울에디션은 한글로 '나이키'가 새겨져있다. 개성이 가득하면서도 실제로 신고 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어보이는 디자인이었다.
최학림 브그즈트랩 점장은 "태극기를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외국인 방문객들이 흥미로워 한다"며 "관광 기념품으로 여겨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MZ 끝자락에 있는 기자는 수많은 콜라보 제품 가운데 '구오빠'로 품었던 지드래곤과 주말 아침을 책임졌던 카툰네트워크의 '파워퍼프걸' 스니커즈에 관심이 갔다. 지드래곤의 패션브랜드인 피스메이커즈와 콜라보한 '퀀도1'은 마치 클래식 로퍼처럼 보였다. 양쪽에 나이키 스우시와 피스마이너스원 로고가 아니었다면 스니커즈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파워퍼프걸 에디션은 캐릭터의 색감을 고스란히 담았다. 발뒤꿈치를 붙이면 정들었던 파워퍼프걸을 만나볼 수 있다. 파워퍼프걸의 특징인 큰 눈과 입모양을 마치 신발 디자인처럼 구성했다.
눈도 즐겁고 발도 신나고
올 봄에는 컬러 스니커즈가 대세라고 한다. 유행을 선도하지는 못해도 따라가고 싶은 욕심에 기자도 장바구니에 컬러 스니커즈 몇 켤레를 담아놨다. 평소 무채색을 좋아해 컬러 스니커즈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매장에서 본 아디다스 스페지알 핑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가격보다 저렴하면 억울할 것 같은 마음에 스페지알 가격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격표가 없었고, 대신 QR이 있었다. QR을 인식하면 곧바로 번개장터 앱으로 들어간다. 당연히 번개케어를 완료한 상품이었고 가격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장바구니에 넣어놓은 가격보다 저렴해 억울함을 느꼈지만 덕분에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눈은 즐거웠는데 발이 아쉬움을 느낀 것 같았다. 래핑이 안 된 제품은 실착이 가능해 가장 유명한 빨간색 조던으로 발의 아쉬움을 달래주기로 했다. 기자가 선택한 제품은 '조던1 로스트 앤 파운드'. 30여년 만에 창고에서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담은 제품이다. 실제 신발에 연식을 나타내줄 만한 헤짐과 스크래치 등이 빈티지한 디자인으로 잘 어우러졌다.
신발을 신어본 결과 느낀 점은 '너무 예쁜데?' 였다. 너무 강렬한 빨간색인데다가 슬랙스를 입고 간터라 어울릴까 의심했던게 무색했다. 생각보다 슬랙스에 잘 어울렸고 쨍한 빨간색이 아니라 질리지 않고 신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평소 사이즈대로 240을 신어봤지만 꽤 컸다. 만약 번개장터에서 평소 사이즈만 생각해 주문했다면 낭패였을 것 같았다. 오프라인 중고매장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매장을 다 둘러본 결과 외국인이 왜 많이 오는지 알 것 같았다. 희귀한 조던 제품은 물론 각양각색의 제품까지 만나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그즈트랩은 면세까지 제공해 더욱 외국인 방문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진열칸 곳곳에 '솔드아웃(sold out)' 팻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실구매도 많은 것 같았다. 기자도 알록달록한 색감과 함께 착화감까지 좋은 조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 친구나 스니커즈 마니아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공간임은 분명하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