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호 승부수 통했다...위메이드 글로벌 웹 3.0 굴기 현실화  

2024-03-20     이수호 기자
박관호 위메이드 회장/사진=위메이드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가 결국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 글로벌 웹 3.0 최대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끝없이 신사업을 개척하며, 한국 게임시장의 판도를 넓히려 한 박관호 위메이드 회장의 꿈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투기꾼 보다 게이머가 즐거운 첫 P2E 대작

20일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에 따르면 오전 1시 나이트 크로우 동시 접속자 수는 30만9000여명, 출시 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12일 출시 이후 8일만에 동시 접속자 수 30만명 고지에 오른 것. 해외 이용자 사용이 적은 한국 시간 오전 중에도 28만명대를 유지하며 놀라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나이트 크로우의 흥행은 기존 P2E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시장에선 전작인 미르4 글로벌의 경우, PC 1대당 2~3개의 출입구(런처)가 존재해, 동시접속자수가 비대하게 집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 크로우는 구글 인증 등을 거쳐 접속해야해 동시 접속이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양산형 MMORPG를 기반으로 한 미르4 글로벌과 달리 언리얼엔진 5를 차용한 최상의 그래픽으로 구현됐다.

또한 코인을 사고 파는 형태가 아닌,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토크노믹스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미르4 글로벌은 최대 동시 접속자 수 130만명을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지만, 소위 '작업장'들이 진입한 이후 '흑철'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미르4와 미르M을 통해 토크노믹스를 고도화한 위메이드는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에서 기축토큰인 크로우를 기반으로 한 멀티 토크노믹스를 선보였다. 중요한 장비 합성에 필요한 재료를 토큰화 하는 형태다. 현재 나이트 크로우에는 파피루스 등 6개의 인게임 아이템이 토큰화 돼 있다.

게이머들은 45레벨 이후 시작되는 토크노믹스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통해 만들어낸 아이템을 게임 밖으로 가져가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토큰들을 기축토큰인 크로우로 교환하거나, 위믹스로 크로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를 잘 했다는 것이 게이머들의 평가다.

특히 크로우를 게이머 당 하루에 100개씩만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게임 내 경제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 눈에 띈다. 위믹스로 크로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위믹스의 활용처도 만들어냈다. 서버와 상관없이 토큰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버 별 유불리도 없다는 것이 게이머들의 설명이다.

사진=위믹스플레이

 


창업주의 화려한 복귀...과감한 웹 3.0 투자 신호탄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이 인기를 끌면서 위메이드 매출 상승도 기대된다. 현재 스트리머 후원 시스템을 통해 약 36만달러가 적립됐다. 전체 매출의 1%가 적립되는 것으로 추산하면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의 매출은 3600만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게임한류 개척자로 불리는 1세대 게임 개발자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이 전격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점도 관전 포인트다. 1972년생인 박 회장는 사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게임업계에서 비교적 고령에 속한다. 국내 대표 1세대 게임 개발자로, 네이버-카카오-넥슨-엔씨소프트 등 판교 테크노밸리 내 '빅테크' 창업주들과 동년배다. 이중 이사회 멤버가 아닌, 현역 경영진으로 활동하는 이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더불어 박 회장 뿐이다. 

그는 지난 1996년 액토즈소프트에 입사해 개발팀장을 역임한 뒤, 미르의 전설1을 개발해 스타 개발자로 발돋움했다. 이후 위메이드로 독립해 미르의 전설2를 개발했다. 특히 원작보다 미르의 전설2가 크게 흥행하며 중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 IP로 거듭났다.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진출한 이 게임은 현지에서 크게 흥행하며 지난 2004년에는 중국 게임시장에서 65% 점유율을 달성, 게임한류의 선구주자로 꼽혔다. 

이후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투자 사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판교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만큼, 천재적 투자감각을 뽐냈다. 위메이드는 카카오의 초기 투자자로서, 지난 2011년과 2012년 카카오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억원을 투자했고 5년 만에 지분 전부를 처분해 약 8배에 달하는 2000억원 규모의 목돈을 챙겼다. 

또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을 정복한 카카오게임즈 오딘 또한 위메이드의 대표적 투자 성공 사례다. 위메이드는 지난 2018년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 50억원 가량을 투자, 약 지분 7%를 확보했다. 이후 지난해 지분 약 3%를 1187억원에 팔았다. 수익률이 무려 20여배에 이른다.

무엇보다 그는 일찍부터 블록체인 시대를 예견하고, 웹 3.0 생태계 위믹스 구축을 주도했다. 사실 위믹스는 올들어 중대 기로에 서있다. 미르4 글로벌에 이어 나이트크로우 글로벌까지 초반 흥행에 성공, 이제 위믹스 생태계 내 게임 동시접속자 합계는 50만명을 넘어섰다. SK그룹 등 대기업과의 파트너십도 더욱 공고해졌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이용자가 나오는 것도 중요 포인트다. 국내 테크 기업의 해외 수출 사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위메이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웹 3.0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코인 기반 유틸리티 생태계가 힘을 받고 있어 더욱 빠른 의사소통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박 대표가 후방 지원 차원을 넘어, 이제 적극적으로 웹 3.0 개발 사업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뿐 아니라 웹 3.0 생태계 전반을 그가 직접 돌보겠다는 의지다. 판교 이웃인 카카오의 김범수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점도 그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메이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위믹스 생태계를 폄하하려는 이들은 수년째 사법리스크를 걸고 넘어졌고, 이번 인사는 이와 별개로 창업주의 적극적 경영의지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국내 코인 거래소 일제 퇴출 이후에도 위믹스는 살아남았고 미르 외에도 나이트크로우까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만큼, 창업주 주도의 적극적 M&A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