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품은 안랩, 글로벌 시장 확장으로 재도약 나선다

2024-04-01     남도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사이버 보안 기업 'SITE'와 조인트벤처(JV)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안랩 강석균 대표(왼쪽 두번째), H.E. 마제드 빈 모하메드 알 마지에드(H.E. Majed bin Mohammed Al-Mazyed)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사이버보안국(NCA) 기관장(세번째)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안랩 제공

 

국내 대표 정보보안 기업 안랩이 '오일머니'를 품고 글로벌 무대에 도전한다.

1일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SITE(Saudi Information Technology Company)와 사이버보안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안랩은 SIT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공동출자 형태로 올 상반기 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JV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SITE는 100% 자회사인 SITE 벤처스를 통해 안랩 지분 10%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매입하는 투자도 단행한다. 투자 금액은 744억원 규모로, 납입 예정일은 6월 27일이다.

지분 혈맹을 맺은 안랩과 SITE는 사우디아라비아 내 공공기관과 기업에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보안 위협 분석 플랫폼 '안랩 XDR'을 비롯한 안랩의 솔루션 및 소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생성형 AI 보안, 사물인터넷(IoT)·운영기술(OT) 보안 등 솔루션 및 서비스의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확장으로 성장 정체 뚫는다

안랩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78억원으로, 최근 3개년 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내수 시장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

안랩은 2002년 일본 법인 '안랩 재팬'과 2003년 '안랩 차이나'를 출범하며 해외 문을 두드려왔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법인은 적자를 기록했고, 중국 법인 순이익도 3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2013년 진출한 미국 시장에선 3년 만에 법인을 철수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사이버 보안 기업 ‘SITE’와 조인트벤처(JV)설립 계약 체결식 후 안랩 파견단과 사우디 SITE측 주요인사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안랩 제공

이에 절치부심한 안랩은 최근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문 기업 클라우드메이트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로 기술력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 보안업계에 우호적인 시장으로 꼽히는 중동 시장을 타겟으로 다시 한 번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선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양사가 보유한 경쟁력에 기반한 장기적 협력으로 중동지역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의미"라며 "이번 사업으로 안랩의 사이버 보안, 클라우드, AI 기술력을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지역에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매출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보안 '기회의 땅' 중동

최근 국내 보안업계는 중동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오일 머니'로 불리는 풍부한 재력은 물론,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사이버보안에 대한 수요도 높은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에만 사이버 보안에 4억2500만달러(약 565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보안에 적극 투자하는 나라다. 지정학적 관계를 고려했을 때 한국 보안 업체들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적을 둔 글로벌 보안 업체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안랩에 대한 투자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발표한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에 명시된 5대 협력 국가에 한국이 포함돼 정보보호 정책 및 노하우, 민간 협력 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이버보안 등 전 부문에 걸친 디지털 혁신 이니셔티브 추진을 발표하고, 국가사이버보안국(NCA)을 설립해 정보보호 및 사이버보안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시장 기회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드 알라부디(Dr. Saad Alaboodi) SITE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새 JV는 SITE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주요 투자 중 하나다"라며 "우리는 시장의 요구에 맞춘 최고수준의 사이버보안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주변 지역에 도입하고, 공공 및 민간 영역 고객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역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