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도 애플 신상품 입구에 진열' 유통가, 공정위 쿠팡 규제 납득못하는 이유
쿠팡의 자체(PB) 상품 우대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애플·삼성 브랜드 제품을 포함한 상품 진열 규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쿠팡은 "사건의 본질은 PB상품이 아니라, 공정위가 모든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하는 제품 진열 방식을 세계 최초로 문제삼은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애플·삼성 신제품을 출시 직후 온오프라인 매장·쇼핑몰에 판촉행사를 벌여온 주요 유통업체들 사이에선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전 세계에서 가장 소비자가 몰리는 애플과 삼성 신제품의 상단 진열이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맥북·갤럭시·다이슨까지..인기 상품·신제품은 오프라인 '입구 배치'
쿠팡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가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상품을 우선 보여주는 것을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문제 삼는다"며 공정위의 공세에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1일 국내 한 방송사에 출연해 "PB상품 구매 후기를 작성해 검색순위 상단에 올린 쿠팡의 자사우대 행위를 전원회의에서 다루게 될 예정"이라며 쿠팡을 정조준했다. 앞서 지난 2022년 참여연대가 "PB상품 후기에 직원 구매평이 달리는 것이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애플이나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화장품, 계절성 상품, 최저가 수준의 빠른 배송 상품도 공정위가 '알고리즘 조작'으로 봤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공정위의 조사 수준이 PB상품을 넘어 일반적인 상품 진열 순서로 조사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 측은 "유통업체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고, 온·오프라인을 불문한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한다"고 반발한다. 유통업체 검색 결과에 기계적인 중립성을 강제하면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발표에 업계에선 추측이 돌고 있다. 유통가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입증 가능한 특정 기준으로만 상품을 진열하기 원하는 것이냐, 왜 인기 브랜드 신상품의 진열을 못하게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 역시 "공정위가 정확히 왜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보는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쿠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사실 아이폰·애플워치·맥북,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부터 다이슨 같은 인기 해외 브랜드들은 온오프라인 검색창이나 매장 전면에 배치되고 있다. 신세계 일렉트로마트 주요 매장에선 '다이슨V12 오리진 컴플리트' 등 베스트셀러 청소기와 애플 신제품을 입구에 전면 배치한다. CJ올리브영의 올리브영과 같은 화장품 매장도 직접 선정한 '올영 픽' 등 인기 치약이나 구강청결제, 샴푸 등 제품을 입구에 진열한다.
지난 16일부터 애플이 판매를 시작한 '맥북 에어 M3' 상품 역시 25일 현재 쿠팡을 비롯한 하이마트·위메프·애플 네이버 스토어 등 유통업체 사이트 검색창 상단에 올라있다. 최근 애플스토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맥북 M3 제품을 소비자가 보기 편하도록 입구쪽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유통가의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인 애플이나 삼성 같은 브랜드는 소비자 수요가 워낙 높은 만큼, 유통업체들이 다양한 인기 브랜드의 신상품을 전면 배치해주는 것은 일상적인 마케팅"이라고 했다.
美 월마트도 '애플 파트너십' 맺고 맥북 신제품 최상단 진열…아직 규제는 없어
상황이 이러다 보니 유통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는 매년 신제품 출시날 오프라인 공식 스토어에 사전예약 인원이 새벽부터 수백명 몰릴 정도로 구매력이 높다. 브랜드 파이낸스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전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브랜드 가치 1위(5166억달러·712조원)로 삼성은 5위(994억달러·137조원)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출시된 아이폰15는 아이폰14와 비교해 4주 판매량이 130.6% 높을 정도로 '판매 대란'이 벌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최대한 더 많은 상품을 매입하거나 입점시켜 마케팅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특수 시즌을 공략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온라인 유통업체가 신상품의 상단 진열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아이폰'으로 검색해도 누적 판매량 등이 많은 '에어팟'이나 '케이스' 같은 상품이 먼저 보여질 수도 있다"며 "최근 개인별 성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 추천 열풍이 이커머스에 불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도가 크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 11월 ‘블랙프라이데이’나 수박·핫팩 등 계절을 타는 단기간 프로모션 상품들의 진열 방식에도 논란이 일 수 있다.
실제 미국 베스트바이, 월마트 등 대형 유통체인도 온라인 사이트에서 애플이나 삼성의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검색창 상단에 진열한다. 최근 애플과 월마트는 지난 3월 'M1 맥북 에어' 노트북을 699달러에 판매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재도 월마트 검색창에 '맥북 에어' '애플 맥북'이라는 키워드만 쳐도 1000가지가 넘는 맥북 상품 가운데 'M1 맥북 에어'가 최상단에 뜬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신상품의 상단 진열이 문제라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월마트의 애플 제품 최상단 진열을 규제할 수 있지만 아직 논의가 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공정위는 쿠팡의 반박문 발표에 구체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고객을 부당하게 유인한 행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법 위반 여부 등은 향후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