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G' 또 1승, 크래프톤 1분기 '독주'...대형 신작·조직 쇄신에 게임시장 '미소'
'신작 보릿고개'의 영향이 1분기 게임업계를 휩쓸었다. 기존 지식재산권(IP)의 견고한 성장으로 청사진을 그린 일부 게임사를 제외하면 대다수 기업들이 실적 방어에 그쳤다. 대형 신작이나 조직 쇄신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하며 악재를 상쇄하기도 했다.
1분기는 '공격'보다 '방어'...크래프톤 '독주'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1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업계 선두 넥슨(일본법인)이 하루 전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이를 통해 공개된 넥슨의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9689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훨씬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48% 감소한 2605억원을 기록한 것.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실적의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다만 한국 시장 매출과 상대적으로 낮은 HR, 마케팅 비용 등 영향으로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큰 낙폭은 엔씨소프트에서도 관측됐다. 엔씨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5% 감소한 25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979억으로 16.9% 줄었다. 이와 함께 영업 비용도 6% 하락했지만 이렇다 할 호재가 없어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이끌지는 못했다.
2분기부터 다양한 신작을 출시 중인 넷마블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5854억원을 기록했지만, 2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보릿고개를 방어했다. '3N' 모두 아쉬운 실적을 뒤로 하고 도약을 위한 채비에 나선 모습이다.
'2K'로 지칭되는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는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카카오게임즈 분기 매출은 1.2% 감소하며 246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에서 8.1% 성장했다. 업데이트를 단행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신작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 매출 온기가 반영됐다.
크래프톤은 '펍지: 배틀그라운드' IP를 통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를 비껴가는 행보를 보였다.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6%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9.7% 상승했다. 게임 본질에 충실한 라이브 운영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미래 키워드는 '신작' 또는 '변화'...투자시장 '미소'
게임사들은 저마다의 성적표와 함께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대형 IP와 강력한 쇄신안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시장을 달구기도 했다.
넥슨은 오는 21일 중국시장에 출시하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카드로 기대감을 높였다. 이정헌 대표는 “현지 베타 테스트 결과 잔존율을 포함한 플레이어 주요 지표들이 매우 매우 긍정적”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수 IP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 전략과 ‘퍼스트 디센던트’와 ‘마비노기 모바일’ 등 다양한 신작도 주목된다.
핵심 IP에 대한 기대감이 향후 전망에 강하게 영향을 미친 기업에는 넷마블도 포함됐다. 넷마블이 지난 8일 글로벌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출시 하루 만에 14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넷마블의 올해 먹거리를 책임질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밖에도 오는 29일 ‘레이븐2’ 출시와 하반기 신작 4종이 잠재력을 높였다.
엔씨소프트는 경영 효율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조직 쇄신안을 공개했다. 5000명이 넘는 인원을 4000명대 중반으로 축소하고, 탄력적인 개발 호흡으로 시장 트렌드에 적응할 계획이다. 박병무 공동대표가 키를 잡고 단행한 이번 계획은 투자시장의 즉각적인 호응을 얻으며 지난 14일 주가를 22만원까지 올려놓았다. 이달 엔씨 주가는 17만6100원에서 시작됐다.
성장 방향성에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글로벌 통’ 한상우 대표가 전면에 나선 카카오게임즈도 이목을 끈다. ‘비욘드 코리아’에 방점을 찍은 회사는 2분기부터 기존 타이틀의 해외 시장 진출과 글로벌 타깃 신작 출시로 성장에 속도를 높인다. 오는 29일 일본 시장에 출시되는 ‘에버소울’이 첫선을 끊는다. 지난 ‘GDC 2024’ 에픽게임즈 기조연설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크로노 오디세이'의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도 맡았다.
크래프톤은 안정적인 트래픽 확보와 유료화 모델 고도화에 집중한다. IP 프랜차이즈를 위한 투자 및 개발을 본격화하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도 시장에 3자 결제 플랫폼 유니핀 웹상점을 개설해 수익성을 제고한다. 인도 지역 6개 신규 게임 퍼블리싱으로 현지 1위 퍼블리셔 도약도 노린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글로벌 론칭도 4분기 진행 예정이다.
'호실적' 네오위즈·웹젠...'붉은사막' 펄어비스는 '뜨거운 감자'로
업계 중진들도 성적이 나뉘었다. 웹젠과 네오위즈가 호실적으로 미소 지은 반면, 펄어비스는 신작에 대한 기대로 투자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펄어비스는 46.3%의 영업이익 낙폭 이슈를 '붉은사막' 출시 계획으로 상쇄하는 모습을 보였다. 펄어비스는 오는 8월 글로벌 게임쇼 '게임스컴 2024' 참가를 시작으로 신작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대표 IP '검은사막' 중국 판호 기대감도 높아졌다. 회사는 판호 발급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 중이다. 분기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854억원을 기록했다.
박관호 회장이 이끄는 위메이드는 분기 매출 16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72%의 성장폭을 보였다.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매출이 실적에 반영됐다. 3분기 출시될 '레전드오브이미르' 흥행 실적이 더해지면 연 매출을 기준으로 한 '1조 클럽' 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 확장 흐름도 이어갈 예정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3.66%, 84.61% 성장한 웹젠은 기대작 '테르비스'를 포함한 신작 게임 완성도를 높이며 흐름을 이어나간다.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영업이익을 거둔 네오위즈도 'P의 거짓'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와 지난달 중국에 출시한 '고양이와 스프' IP 기반 신작 개발 등으로 글로벌 팬덤을 탄탄히 쌓아간다.
이밖에도 분기 매출 1578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한 '야구게임 명가' 컴투스가 장기 흥행작의 기반 위에서 자체 개발 및 신작 퍼블리싱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