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되는 IT 법안] '이중규제 잣대에 업계 반발…'플랫폼법'의 운명은 '폐기'로

2024-05-29     배수현 기자

21대 국회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는 아직까지도 다수의 IT 관련 법안이 계류중인 상태다. 오늘이 지나면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폐기처분된다. 이에 테크M에서는 이번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주요 법안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20여개의 이른바 '플랫폼법'들이 전부 폐기 수순을 앞두고 있다. 일관적이지 않은 정부의 태도와 업계의 반대, 미국의 압박 속에 추진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추진을 예고, 22대 국회에서도 플랫폼법 재입법 움직임이 보여 업계 긴장감은 여전하다.

/ 그래픽=디미닛 제공

플랫폼법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과 '온라인 플랫폼 시장 공정경쟁 촉진법' 등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독점 규제법은 지난해 11월 박주민 의원 등의 발의한 법안으로,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시장 구조 전체를 장악하는 것을 규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사전규제' 방식으로 규제 대상은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연평균 플랫폼 서비스 제공 매출액 3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월평균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 사업자다. 해당 기준에 속하는 사업자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남용행위가 금지된다. 

플랫폼 시장 공정경쟁 촉진법은 온라인 시장에서 과도한 시장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지원해 공정경쟁을 촉진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규제 대상은 ▲시장 지배력이 있다고 인정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연평균 매출액 1조원 이상 등이다. 잠정적으로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부당한 차별행위, 보복조치행위, 탈법 행위 등이 금지된다.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에 해외 빅테크 기업 애플과 구글까지 줄줄이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미국 반발 등...넘을 산 많았던 플랫폼법

플랫폼법들은 업계와 미국의 반발, 혼란스러운 정부 기조 등으로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IT업계는 플랫폼법이 시행될 경우 이는 이중규제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미 전자상거래법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데 또 다른 규제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측도 플랫폼 제정 움직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월 성명서를 통해 플랫폼법은 벤처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혁신 시도를 위축시킨다고 밝혔다.

/ 사진=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공

구글과 애플 등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비춰지자 미국 경제계에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3월 클리트 윌렘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한국의 플랫폼법이 현실화되면 무역확장법 301조(불공적 교역 관련 구제조항) 발동 등 양국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공정위가 해외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플랫폼법 설명에 나섰지만 구글과 애플 등은 불참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일관적이지 못한 규제 방침도 플랫폼법 폐지에 한 몫을 더했다. 윤 정부는 앞선 문재인 정부와 달리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규제' 를 주장했었다. 지난 2022년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 기업 대표들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한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도 정부는 자율규제 기조를 논한 바 있다. 민간 주도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를 만들고, 기업들이 이에 협조하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었다.

하지만 지난 12월 공정위는 다시 '플랫폼법'을 꺼내 들었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플랫폼 독점 규제권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이후에도 지난 2월 당초 공정위 계획으로는 입법안을 발표하는 것이었으나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다시 잠정 연기했다.


플랫폼법 법안 폐기, 잠시 뿐이다

이처럼 사라지고 나타나고를 반복한 플랫폼법은 21대 국회에서 폐지 수순을 밟지만 22대 국회에서 곧바로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공정위가 한번 더 플랫폼법 입법에 대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반발이 제기된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에 대해서도 충분한 소통을 통해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또 온라인 플랫폼 거래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주장해온 김남근 변호사가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서 관련 법안 발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명 '플랫폼 저격수'로 불린 김남근 의원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규제할 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 중 하나로 생각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또다시 플랫폼법 재입법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법에 대한 관련 업계나 학계, 소비자단체, 해외 등 많은 우려로 인해 지난 2월 법 재검토에 들어간 이후  등과 얼마나 소통해 의견을 반영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자율정책 기조에서 플랫폼법 제정까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으로 산업이 우왕좌왕하다 오히려 성장이 정체될까봐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