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선도' 기회 잡은 더존비즈온…'글로벌 SW기업' 도약 나선다

AI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 '옴니E솔' 공개 '생성형 AI 붐' 타고 글로벌 공략 시동

2024-07-18     남도영 기자
더존을지타워 전경 /사진=더존비즈온 제공

국가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 플랫폼 '옴니E솔'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오랜 기간 '불모지'로 불리던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8일 더존비즈온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옴니E솔을 공개했다. 옴니E솔은 더존비즈온이 지난 30여년 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한 야심작이다. 회사 측은 옴니E솔을 앞세워 그동안 공략하지 못했던 대기업과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강수 더존비즈온 사장은 "DX(디지털 전환)를 넘어 AX(인공지능 전환)를 위한 혁신 플랫폼이 완성됐다"며 "옴니E솔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솔루션을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ERP 강자' 더존비즈온의 숙제, 글로벌

더존비즈온은 국내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 중 시가총액 2조원을 넘는 유일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국내 중소·중견기업 ERP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올린 매출 3536억원 중 수출액은 고작 2억6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내수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더존비즈온은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한 바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토종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기업용 솔루션은 패키지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규모를 고려했을 때, 각 국에 이런 인프라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존비즈온이 ERP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독일 SAP의 경우 시가총액이 약 322조원에 달한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선 사실상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해외 법인이 많은 국내 대기업들도 SAP와 같은 대형 외산 솔루션을 선호하는 이유다.


'AI 혁명' 기회 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생성형 AI 혁명'이 해외 진출의 '티핑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회는 두 가지다. 첫째로 ERP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두번째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성형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더존비즈온은 2011년부터 발빠르게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 주력 솔루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화를 이미 마친 상황이다. 중소기업용 '위하고(WEHAGO)', 중견기업용 '아마란스10', 대기업용 'ERP 10' 등 세분화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고객사의 클라우드 전환률은 약 20% 수준으로 파악된다.

/사진=더존비즈온

최근 더존비즈온은 해당 솔루션과 연동된 AI 비서 '원(One) AI'를 선보였다. 원 AI는 ERP, 세무, 회계, 그룹웨어, 메일, 결재, 문서관리 등 기업 활동 전반에서 발생한 데이터와 기업 고유의 업무 프로세스를 결합해 AI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지난달 출시 이후 벌써 300여개 고객사가 원 AI를 도입했고, 회사 측은 향후 도입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AI 도입 확대는 클라우드 ERP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ERP는 한 번 도입하면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AI의 등장은 ERP 교체 수요를 촉발시킬 동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클라우드 전환과 AI 도입 흐름은 더존비즈온의 실적 향상과 더불어 수출 길을 여는 데도 핵심 전략이 될 전망이다.


"SAP 한 판 붙자" AI·데이터 경쟁력 자신

구독 기반 SaaS 솔루션은 패키지 소프트웨어에 비해 유지 보수가 비교적 수월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과 동반해 해외에 진출하기 용이하다. 이미 옴니E솔의 가능성을 지켜본 AWS와 MS가 글로벌 파트너로 나서 더존비즈온의 해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옴니E솔은 ERP와 더불어 그룹웨어, 문서작성, 문서중앙화 등 기업 핵심 솔루션을 통합하고, 각 업무 프로세스마다 AI를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선보인 기업용 솔루션을 집대성한 플랫폼으로, 제조실행관리시스템(MES), 그룹사통합관리경영정보시스템(GSP), 내부회계관리시스템(ICS) 등 업무 프로세스에 따른 다양한 솔루션을 모듈형으로 도입할 수 있으며, AI 기반 노코드·로코드 개발도구 'GEN AI DEWS'를 통해 커스터마이징 수요에도 보다 손쉽게 대응이 가능하다.

경쟁사인 SAP 역시 최근 클라우드 ERP 전환과 함께 AI 코파일럿 '쥴'을 선보인 바 있다. 더존비즈온 측은 옴니E솔이 여러 기업용 솔루션을 매끄럽게 연동하고, 기업 데이터가 전사적으로 실시간 공유되며, 이런 과정에 AI 기술을 가장 효율적으로 융합시킨 옴니E솔의 차별점이 외산 솔루션과의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초심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UI·UX가 외산 솔루션과 다른 차별점으로 꼽힌다.


첫번째 공략 시장은 일본

더존비즈온이 옴니E솔을 통해 가장 먼저 공략에 나설 시장은 이웃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최근에서야 정부 행정절에서 플로피 디스크 사용을 폐지할만큼 디지털 전환에 크게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2021년 '디지털청'을 출범시킨 일본 정부는 한국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고, 현지 기업들도 더존비즈온과 같은 국내 업체들에게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존비즈온은 일본 법인 '제노랩'을 설립하고 이르면 올 연말까지 옴니E솔의 현지화 버전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단순한 번역 수준이 아닌 일본 기업들의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 등을 적용한 버전을 구축할 예정이다. 일본 비즈니스는 AWS가 지원할 예정이며, 현지 파트너사도 모집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성공 사례를 만든다면 대만, 동남아시아 등 다른 해외 국가로 사업 확장도 보다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더존비즈온 '옴니E솔' 신제품 발표회가 고객과 파트너사 등 1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행사장을 가득 메우며 성황을 이뤘다. /사진=더존비즈온 제공

옴니E솔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진 더존비즈온은 국내 대기업 시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기존 고객사 중에선 옴니E솔 도입을 논의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존비즈온은 빠른 확장을 위해 최초로 파트너사를 공개 모집해 동반성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더존비즈온의 사업 확장 전략은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시대를 앞당길 주역'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목표주가 1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3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조 연구원은 "옴니E솔 출시를 통해 강화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해외 업체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 대형 공기업 향 판매 확대를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경쟁사와의 차별점으로 동사가 기업 업무 솔루션의 AX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