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국면 맞은 삼성 노사...전삼노, '현업에 복귀하라'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파업 25일 만에 조합원 현업 복귀 지침을 발표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을 맞았다. 전삼노와 삼성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끝장 교섭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다. 전삼노는 이를 기점으로 지속적인 장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삼노는 1일 유튜브 라이브 생방송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현업 복귀 지침을 내렸다. 전삼노는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현 시점부터 5일까지 현업에 복귀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장기 플랜으로 전환할 때다"며 "끝장 교섭 결렬로 파업 투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투쟁을 성공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게릴라 파업과 준법 투쟁으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전삼노는 조합원 상황별 지침으로 ▲준법 투쟁 ▲쟁의권 있을 시 기습적 부분 파업 ▲디지털 기록매체 복원 대응 ▲녹취·채증 투쟁 등을 제시했다.
전삼노의 현업 복귀 지침 발표는 대표 교섭권 상실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삼노는 지난해 8월부터 삼성전자 노조 5개 중에서 대표 교섭권을 획득해 지니고 있다. 대표교섭권은 1년 간 보장됨에 따라 전삼노는 오는 5일 이를 상실하게 된다.
만약 4개 노조가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전삼노는 대표 교섭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데 현재 동행노조가 명확한 의사 전달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동행노조가 교섭권을 요구할 경우 전삼노는 대표 교섭권을 다시 획득하기 위한 절차상 3~4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시기적으로 2025년으로 넘어가 노사 교섭 기간이 3년을 넘기는 것이다.
또 전삼노는 제 1노조인 '사무직노동조합'과 통합도 선언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1노조와 흡수통합을 통해 전삼노가 1노조가 된다"며 "순서상으로나 규모상으로나, 전삼노가 이제 1노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오전 8시 기준 전삼노가 밝힌 조합원 수는 3만6341명이며 이는 전체 삼성전자 직원의 약 29%를 차지한다.
전삼노와 삼성은 임금 인상률과 연차 휴가, 성과급 등에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을 맞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일 취임 이후 첫 사내 공식 메시지를 통해 성과급에 대해 언급했다. 전 부회장은 "당초 공지된 내용은 경영계획 목표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은 0∼3% 정도다"며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성과급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투쟁 계획을 밝혔다. ▲현장 장악력 강화를 위한 챌린저 및 체크오프 제도 도입 ▲쟁의 기금 마련 ▲사회단체와 인권단체, 학계, 법조계, 국회 등 더 큰 연대 조성 ▲산재 은폐 정황 밝혀 집단 산재 신청 등이다.
오는 5일 전삼노는 국회에서 한번 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