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정쟁에 과학기술 찬밥신세...'과방위의 과학·방송 분리' 주장 빗발친다

2024-08-13     조성준 기자
지난 6월 진행된 제 415회국회(임시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진행에 반발하며 퇴장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을 분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국회 과방위가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상임위원회의 기능 자체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 시작한 것. 업계에서도 과학과 방송을 분리하는 것이 양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이라며 분리에 힘을 싣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과 방송을 별도로 분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과방위는 과학기술 분야를 그대로 맡고 방송·통신 분야에 더 집중하기 위해 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하자는 것이 골자다. 

현재 과방위는 국회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우주항공청 등의 업무를 소관하고 있다. 올해 국회 과방위는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총 15차례 전체회의를 진행했는데 인사청문회, 방송법 개정,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정의 불법성 등을 논의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인사 청문회에서는 극심한 정쟁의 장으로 날선 비방이 오가기만 했다. 특히 지난 8일 진행된 유상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책과 관련한 질의 대신 자녀의 질병을 둘러싼 공방전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을 중심으로 과방위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통신 분야에 집중하는 것보다 과학과 방송을 분리해 정쟁을 줄이고 각각의 상임위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수진 의원은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방송과 언론을 둘러싼 극심한 소모적 정쟁으로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정책이 실종됐다"며 "방송과 과학을 나눠 별도의 미디어위원회로 분리하고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과 방송을 통합해 과방위에서 소관하게 된 것은 2013년부터다. 당시 과기정통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소관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다. 하지만 장기간 과학기술은 배척한 채 방송 정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업계에서도 과학과 방송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은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AI 포럼 창립총회 및 기념식에 참석해 과학과 방송을 꼭 분리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방송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과학기술은 초당적으로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방송 이슈로 인해 과학 기술 쪽에서의 발전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하정우 센터장은 "가능하다면 분리를 시켜서 과학 기술은 과학 기술대로 챙기고, 방송은 방송대로 챙기는 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 아닐까 싶다"며 과방위의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쟁을 꼬집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