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P] '대학을 거꾸로 뒤집어라'...인구절벽-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혁신하는가

2024-09-09     남도영 기자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ASIP) 콘퍼런스 2024'에서 오용준 국립한밭대학교 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현대 학교 시스템은 1990년대 산업혁명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시스템 덕분에 누구나 지식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교수의 권위는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대량의 지식 전달이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ASIP) 콘퍼런스'에서 오용준 국립한밭대학교 총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온라인 교육의 출현은 일종의 혁명"이라며 "대량의 지식 전달이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환경의 급속한 디지털 전환은 보수적인 대학 현장마저 흔들고 있다. 디지털 시대 혁신가를 키우겠다고 나선 싱귤래리티 유니버시티, 미네르바 스쿨 등은 '대안'을 넘어 '대세' 교육기관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교육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대학들은 재정 위기와 인구 변화 같은 문제에도 직면해있다.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오 교수는 "한국의 모든 교수와 총장들은 이 급격한 변화를 깊이 느끼고 있다"며 "세상이 변화함에 따라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교육의 목표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을 위한 대학으로 '뒤집기'

오 총장은 현재 대학의 위기에 대해 '혁신 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대 직업 중 첫 번째는 AI와 머신 러닝 전문가이고, 두 번째는 지속 가능성 전문가"라며 "미래에 요구되는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 사고이며, 두 번째는 분석적 사고, 세 번째는 기술 리터러시"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포스트 산업 혁명과 인구 변화와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한국은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를 겪고 있고, 10년 후에는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총장은 이 같은 미래 직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환경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전통적인 직업군이 사라지고 'AI 스페셜리스트'와 같은 새로운 직업들이 부상하는 가운데, 대학도 이에 맞춰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프로젝트 기반, 현장 경험 중심으로 전면 혁신해야 한다는 게 오 총장의 생각이다.

오 총장은 "현재 대학의 조직 문화에는 문제점이 있다"며 "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학문 영역 간 큰 경계가 존재하고,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부족하다. 또 교수들은 교육자로서의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교육과 연구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한밭대학교는 산업 중심의 교육 시스템을 갖춘 매우 독창적인 대학으로, 우리는 현재 시스템을 혁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대학 조직이 '톱다운'에서 '바텀업'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대학 조직 상단에는 지도자들이 있고, 하단에는 고객, 즉 학생들이 있었다. 우리는 이 조직 구조를 뒤집을 것"이라며 "우리는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싶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기술 습득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이 학습하는 동안 실질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집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수업은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교수는 코치가 되고, 학생들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며, 대전 지역의 공공 연구 기관 및 다른 기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동문들이 있다"며 "우리는 학생들을 그 회사들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교수·학생 평가 시스템도 '혁신'

오 총장은 대학 시스템 변화를 위한 '평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평가는 교수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신호를 준다"며 "우리는 질적 평가를 중시하고, 교수들이 교육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이미 양적 평가가 아니라 질적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교수들은 1년 또는 학기 동안 그들의 연구와 교육에 대한 계획을 제출할 것이며, 우리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그들이 연구와 교육,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측면에서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스스로 평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그들의 학습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작은 강의 블록들을 학생들의 필요와 교수들의 전문성에 맞추어 레고처럼 결합해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현재 위기 상황은 대학 교육을 양에서 질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며 "교수들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가오슝(대만)=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