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P] '아시아의 기술로 세계를 공략하자' 벤처 투자가들 한 목소리

2024-09-10     남도영 기자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ASIP) 콘퍼런스'에서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기본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의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가들과 매칭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지 기업가들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한국 기업들은 그들의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매칭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ASIP) 콘퍼런스'에서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며 "좋은 기술과 시장 기회는 효율적인 중개자를 통해 매칭될 수 있으며, 중개자는 기업과 기술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 대표는 기술보증기금에서 약 20년 간 경력을 쌓은 업계 베테랑으로, 기술평가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태국, 베트남 등 많은 개발도상국을 다니며 알게 된 건 많은 나라들이 정부 주도로 구축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생태계는 매우 유사하지만, 각 요소의 질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또 "동일한 기술과 동일한 GDP 규모를 갖고 있다고 해도 실제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과 지식재산권(IP)을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션에는 이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아시아의 벤처 투자자와 엑셀러레이터들이 한 데 모여 자신들의 활동을 공유하고 각 국의 스타트업들이 아시아 시장, 나아가 전 세계를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했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라

이날 모인 아시아의 벤처 투자자들은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원천기술과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선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와 노던라이트 벤처캐피탈을 거쳐 원천기술을 보유한 딥테크 기업들에 중점 투자하는 자이트가이스트캐피탈을 창업한 이재현 대표는 "아시아의 많은 기업들이 여러 이유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강력한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좋은 기업이 아니라 뛰어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큰 아이디어를 작은 시장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큰 시장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아시아에서 소재, 바이오, 첨단 제조 분야에서 많은 기획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허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ASIP) 콘퍼런스'에서 VC/스타트업 세션 참여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일본 최대 규모 민간 액셀러레이터 '크루(Creww)'를 이끄는 이지치 소라토 대표는 "현재 우리는 일본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과 대만 정부와 협력해 현지 스타트업들이 일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소라토 대표는 최근 아시아 스타트업과 스페인 명문 축구구단 레알 마드리드 간의 엑셀러레이터 협업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아시아 스타트업을 위한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서양의 대기업, 대형 브랜드와 손잡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회를 공유하라

인구와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시아는 그 자체로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며, 아시아 스타트업 간의 협업을 통해 선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는 게 이날 모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청년 창업가를 키우고 초기 투자를 지원하는 리액터스쿨의 카이룰 루스디 대표는 "우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위한 창업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으며, 전 세계 17개국에서 운영 중"이라며 "올해 초 위는 15개 벤처캐피탈에서 인턴을 한 60명의 학생을 배출했으며, 내년에는 아시아 전역에서 약 100명의 학생을 배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스디 대표는 "동남아시아는 우리가 도전해야 할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문제는 시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시장의 요구를 맥락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현지 생태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 중심의 접근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라며 "특정 도시를 중심으로 기술과 서비스, 제품을 테스트하고 그 후에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ASIP) 콘퍼런스'에서 리액터스쿨의 카이룰 루스디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대만 아콘 퍼시픽 벤처스의 데이비드 우 파트너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대만과 한국은 작은 경제권이지만 훌륭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며 "이런 훌륭한 기술들이 실제로 확장 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다른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서는 유니콘 기업이나 유명한 스타트업을 쉽게 찾기 어렵다"며 "대기업이 더 많은 자원을 지원하는 한국과 일본이 여전히 대만보다 강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시아 기업들이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김현성 킴벤처러스 대표는 "각 국의 자금지원 기회나 공공 프로젝트 등을 목록화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새로운 투자 기회에 대한 제안요청서(RFP)가 공개되면 이를 공유할 수 있으면 유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아시아 스타트업들이 서로 기회를 공유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오슝(대만)=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