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인베이스 폭풍성장...韓 업비트-빗썸 발목 잡은 금감원 '2단계 입법 적극 논의'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코인) 시장의 양성화를 위한 2단계 입법 의지를 또다시 드러내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속도가 아쉽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미국 등 주요 경제 선진국의 디지털자산 관련 산업이 기하급수 팽창하고 있는 가운데, 역차별과 국내 벤처투자 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률 인프라의 빠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금융감독원에서 국내 주요 16개 코인사업자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 시행 이후 규율체계가 원만히 잡아가고 있다"며 거래소들의 능동적 대응을 주문하는 한편, 당국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1단계 가상자산법과 자율규제 시행 경과 및 국제적 동향을 지켜보며 정책당국과 2단계 법안 등에 대해 적극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요 사업자들은 정책적 유연성 부족으로 상품개발 및 서비스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유연한 정책 대응을 요청했다.
코인 거래시장의 첫 법률안으로,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지난해 7월 제정된 이후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7월 19일 시행됐다. 이 법안은 ▲이용자의 예치금 및 가상자산 보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등에 대한 감독·검사·제재권한 및 불공정거래행위자에 조사·조치권한을 담았다.
다만 발행인의 공시의무 및 업태에 대한 구체적 규정 등이 전무해 해외 사업자 대비 국내 사업자의 외연 확장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일례로 수탁업(커스터디)를 비롯 주요 국가에서 대중화된 디지털 자산 상품군은 국내에서 내놓을 수 없는 상태다. 시장 팽창을 원하지 않는 당국의 기조 탓에 제도권 금융사업자들 역시 숨을 고르는 형편이다.
더불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할 수 있는 법인계좌 역시 현재 금융 당국의 행정지도로 막혀있는 상태다. 주무 부처 협의에 진척이 크지 않아 디지털자산 내 보상형 서비스 역시 여러 규제에 묶여 있는 상태다. 게임사업자들의 보상형 코인의 경우, 사행성을 이유로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무엇보다 국내 코인 자본을 대상으로 한 규제공백이 길어지며 토종 코인 발행사 대신 해외 사업자 발행 코인의 국내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 모두 지난해말 이후 외산코인 위주로 신규 상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코인을 발굴, 육성하면 오히려 당국으로부터 부정적 인식만 쌓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의 주요 사업자인 코인베이스의 경우, 코인 수탁을 넘어 주요 기관투자자들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자산 파생상품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를 위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기반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출시, 자금을 끌어 들이는 한편, 많은 기업들이 미국 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해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생태계 베이스를 구축, 베이스 내 다양한 디지털자산을 키워내 글로벌 코인자본을 미국으로 결집시키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2단계 입법안 마련이 시장에서 요구되고 있지만, 당국 및 정치권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태다. 거래를 위한 시장은 존재하지만, 산업의 형태는 마련되지 않은 형국이다. 이때문에 미국의 1위 사업자인 코인베이스는 미국 증시에 입성, 시가총액 50조원 규모를 자랑하지만 비슷한 거래량을 보이고 있는 업비트와 빗썸의 몸값은 조단위에 그치고 있다. 국내 코인시장의 거래량은 미국에 버금가지만, 정작 당국의 소극적 행태로 주도권을 넘겨주는 모양새다.
거래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으로 '투자자=유권자'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당국이 회피적 시각으로 코인을 바라보고 있다"며 "보다 진취적인 2단계 입법안을 빠르게 내놓고 속도감있게 진행해야 국내 혁신자본의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