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싸] '덜어내고, 비워내고, 가볍게 하고'...무신사에 '새옷' 입힌 사람들

2024-10-05     이소라 기자

*마켓(market)
상품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영역

*인싸
인사이더의 약자. 자신이 소속된 무리 내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


'마켓人싸'는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인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기획 인터뷰 코너입니다. 40대 워킹맘인 '라떼워킹맘'이 맛을 지키고, 멋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편집자주>


애플리케이션(앱)이 확 바뀐다는 공지가 뜨면, 많은 사람들은 더 화려하게 바뀌는 모습을 상상할 것 같습니다. 특히 시장 1위인 앱에서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죠. 

/사진 및 그래픽=이소라 기자

하지만 여기, 색다른 시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무신사입니다. MZ세대 패션앱 점유율 1위인 무신사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데요. 이번 앱 개편에서 무신사는 "정제된 사용자 경험, 세밀한 탐색"이라는 다소 의외의 콘셉트를 내세웠습니다.

무신사가 MZ세대들 사이에서 계속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데 이같은 전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앱 개편을 위해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던 신행철 프로덕트본부 제품경험디자인실 실장과 오승주 프로덕트본부 제품경험디자인실 탐색디자이너를 만나 새로운 옷을 입은 무신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MZ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 무신사

오픈서베이가 10대~30대 소비자들에게 이용하는 주요 패션앱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점유율 1위는 무신사로 나타났습니다. 2위 앱인 에이블리보다 무려 2배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것입니다.

즉 무신사는 MZ세대라는 타깃층이 매우 정확한 앱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분석하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죠.

하지만 언제까지 MZ세대만을 위한 앱일 수는 없습니다. 앱의 경우 '확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 앱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무신사가 이번에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아마도 충성 고객들도 만족시키면서도 새로운 고객들도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비워냄의 미학

그래서일까요. 무신사는 이번 앱 개편을 통해 덜어내고, 비워내고, 가볍게 하는데 집중한 듯 합니다. 예전에는 '힙'한 외관이었다면 바뀐 무신사는 정제되고 차분하고 통일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강합니다.

신행철 실장은 이번 앱 개편을 앞두고 적잔히 놀랐다고 합니다. 콘셉트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화려하고 눈에 띄는 개편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생각지도 못한 콘셉트로 결정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신행철 실장/사진=이소라 기자

"앱 개편에서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부분이고요. 무신사는 개성이 뚜렷한 앱이다보니 좀더 화려하게 바뀌지 않을까 예상했어요.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굉장히 정제된 디자인으로 결정됐거든요.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멀리보고, 더 큰 그림을 보면서 무신사만의 개성을 살리는데 필요했던 작업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처음부터 정제된 디자인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갔다면 작업하기가 더 쉬웠을 겁니다. 이는 수많은 디자인 작업으로 수많은 작업을 해본 뒤 비교 분석해 내린 결과물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애를 쓴 것은 오승주 디자이너였습니다. 극단적으로 화려한 콘셉트부터 밝은 색, 어두운 색, 무채색, 채도가 밝은색, 명도가 높은 색 등 수만가지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콘셉트를 정하고 만드는 디자인과, 다양한 시도 끝에 만들어내는 디자인은 결과물부터 달라요. 그래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콘셉트에 명확한 색상을 찾을 수 있었고,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직관적이고, 일관되고, 정제된 UI-UX

사실 화려하게 만들고, 정보를 최대한 많이 노출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이 더 어렵듯이 말입니다.

왠지 이 물건은 나중에 다시 쓸 수도 있을 것 같고, 버리는 것이 그냥 싫을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는 정리를 어려워 합니다. 이번 무신사 앱 개편에서 디자이너들이 겪은 어려움은 이런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개편을 통해 무신사는 디자인의 공통화, 스타일의 단순화, 명확한 기능 표현을 통해 소비자들이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어떤 페이지를 열어도 이곳은 무신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색체 및 디자인을 통일하는데 주력했죠.

"폰트부터 색상, 배너 디자인 가이드까지, 이보다 더 디테일 할 수 없었어요. 사실 입점 브랜드를 비롯해 타 부서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승주 디자이너/사진=이소라 기자

하지만 저희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모두가 필요한 작업이라는데 동의해 주셨죠. 편리한 탐색과 빠른 구매, 필요한 정보를 바로 볼 수 있는 동선 제공 등 모든 부분을 간결화하면서 얻어낼 수 있는 결과에 고개를 끄덕여 주셨어요."

신 실장과 오 디자이너는 이번 앱 개편에서 개인화된 추천 경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귀띔했습니다. 무신사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개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하는데 집중한 것입니다.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페이지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정보를 선별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로드가 걸리면 안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정제된 느낌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무신사

이번 앱 개편을 통해 무신사는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적인 모델이 추가되더라도 쉽고 빠르게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향후 무신사가 지금보다도 더 다양한 카테고리를 선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디자인적으로 계속 덜어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즈니스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좀더 쉽게 적용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요."

무신사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새로운 브랜드들은 무신사를 통해 성장하는 '윈윈' 관계를 지속해온 곳입니다. 앞으로의 무신사 역시 이점에 중점을 두고 운영될 것입니다.

충성 고객들에게는 익숙함을 주고, 신규 고객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편리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하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이번 개편의 최종 목적일 것입니다.

"이제는 패션앱들이 차별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나 상품을 어떤 방법으로 탐색할 수 있을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하면 쉽게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지점에 왔죠. 이제는 '넥스트 레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앱 개편을 통해 무신사가 더 나아지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지속적으로 앱을 성장시킬테니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행철 무신사 프로덕트본부 제품경험디자인실 실장(앞)과 오승주 프로덕트본부 제품경험디자인실 탐색디자이너/사진=이소라 기자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