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4] 韓 게임으로 출발한 '팰월드' 日 개발자 '소비자 니즈를 잡아라'

2024-11-15     이수호 기자
사진=이수호 기자

 

팰월드 개발사 포켓페어의 CEO 미조베 타쿠로가 참신한 게임 개발을 위한 자신만의 철학을 공개해 국내 개발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장르의 효율적 조합과 소비자 니즈를 찾기 위한 참신한 시도를 팰월드의 글로벌 흥행 비결로 꼽핬다. 특히 그의 철학 안에는 다름 아닌 1세대 한국 온라인 게임이 숨어 있었다. 

15일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4 콘퍼런스 '지콘'에서 세션을 맡은 미조베 타쿠로는 "팰월드의 성공 비결은 게임의 장르를 조합, 플레이어의 니즈를 찾은 것"이라며 "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도 흥행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팰월드는 일본 게임사 포켓페어가 2024년 1월 출시한 생존 게임이다. 출시 이후 '포켓몬스터'와의 디자인 유사성이 도마 위에 올랐으나,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 및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디오 게임 플랫폼 엑스박스(Xbox)에 얼리 액세스로 등장한 후 세계적인 흥행 성과를 기록했다. 출시 1개월 만에 스팀에서 누적 1500만장 판매, 엑스박스에서 1000만 유저를 달성했으며, 역대 스팀 동시 접속자 3위(약 210만명)를 기록하는 등 흥행작으로 꼽힌다.

이날 미조베 타쿠로는 "장르의 선정, 혼란의 유발, 인기투표 문화, 팬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가를 주목했다"며 "장르의 조합을 통한 재미 구현, 그리고 플레이어는 개발자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기업이 참여하긴 어려운 다소 도전적인 장르를 택했고 플레이어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늘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포켓페어는 장르를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독자성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켓페어는 유저가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여지를 주고 여기서 '혼란'이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실 포켓페어의 두번째 신작인 크래프트토피아는 샌드박스와 오픈월드, 서바이벌, 농업, 핵앤슬래시에 자동화, 헌팅, 판타지, 로그라이크의 성향을 모두 조합했다"며 "만들다보니, 초기와 달리 배틀로얄과 전혀 다른 형태의 게임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크래프트토피아는 훗날 팰월드 개발의 밑거름이 된다. 

이어 그는 "팰월드는 팰이 어떻게 귀엽게 그려질 수 있을까 집중했고 디자인 선택을 사내 투표에 맡겼다"며 "캐릭터 선택 과정, 디자인 제작 측면에서 사내 투표 과정을 거쳐 플레이어 니즈를 찾았다"고 말했다. 기획 후 파트가 나눠지는 대형 게임사들과 달리, 구성원 모두가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사진=포켓페어

 

팰월드 마케팅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국 소셜 플랫폼을 활용한 것 역시 그가 꼽은 팰월드의 흥행 비결이다. 미조베 타쿠로는 "빌리빌리 동영상채널을 통해 마케팅에 주력,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며 "중국 시장은 글로벌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중국 시장 내에서 유명한 밈을 찾기 위한 노력도 흥행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또 "일방적 소통이 아닌 유저와의 빠른 소통, 고객 니즈를 찾기 위해 빠르게 응답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이는 커뮤니티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재미를 다방면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이같은 유연한 게임 개발 철학에는 한국 게임이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미조베 타쿠로는 "전 한국의 MMORPG 광팬"이라며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많았고,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시작으로 MMORPG 라이프를 즐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과금 부담이 커지며 CL 온라인,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테일즈위버 등 한국산 게임을 정말 많이 즐겼다"며 "이로인해 입시에 실패했고, 결국 대학에 재수해야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후 대학에 입학, 2012년 JP모건 입사 후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당시 그는 IT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IT 벤처기업 창업을 결심했고 지난 2014년 코인거래소 코인체크를 설립, 이후 포켓페어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후 마비노기를 비롯한 한국 게임 콘텐츠는 그의 게임 개발 곳곳에서 활용됐다. 이에 대해 미조베 타쿠로는 "지난 2013년경 가상자산은 테크 기술을 통해 성장,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당시 코인에 대한 분위기, 사기 이슈 등으로 새로운 진로를 꾀하기로 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초기 게임 개발에 마비노기를 비롯한 한국 게임의 방식을 적극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앞으로도 팰월드 장기 흥행을 위해 새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며, 모바일 버전은 크래프톤과 함께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모바일화를 통해 새로운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IP 확장을 위한 시도도 이어질 것이며 최근 소니뮤닉-애니플러스와 손을 잡고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