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協 조영기호 출범] ② 질병코드 등재, 막을 수 있습니까
옛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과 세상이 격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뜻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의 리더십 역시 10년간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인물과 비전으로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리더십의 변화는 협회의 비전과 방향성을 새롭게 설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첫 걸음을 내딛은 만큼, 앞으로의 변화를 미리 짚어본다. <편집자주>
게임이용장애, 즉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코드 국내 도입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6년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으로 분류한 게임이용장애를 국내에 질병코드로 도입할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국내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협회가 앞장서 건강한 게임문화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끊임없는 찬반 줄다리기...'덕장' 조영기에 거는 기대감
세계보건기구가 2019년 5월 국제질병분류(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6C51)로 등재하면서 국내에도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시작됐다. 게임을 중독 행위로 공식 분류함과 동시에,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면서다.
당시 WHO의 권고에 따라 한국에서도 질병코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 WHO는 ICD-11을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하도록 각국에 권고했으나, 국내 표준 질병분류(KCD)에는 해당 내용을 2025년 말 개정 시 반영해 결정하도록 유예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질병코드 도입 찬성 입장을,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우며 오랜기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게임업계와 의료계, 정부 부처, 법조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무조정실 민관협의체는 논의를 통해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줄다리기만 지속하고 있다. 민관협의체가 질병코드 도입을 결정하게 되면 해당 내용은 올해 말 표준 질병분류 개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까지도 찬반 대립만 이어질 뿐, 제자리걸음에 멈춰있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영기 게임산업협회장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게임 업계가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WHO와의 소통, 정책 협의, 국내외 여론 형성에 있어 협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산업협회가 지난해 11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분류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WHO에 제출한 한큼 새롭게 출범한 조영기 협회장 역시 동일한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업계와 게임 이용자들을 위해 질병코드가 등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협회는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곳이고, 업계가 질병코드 도입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는 만큼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선 반대 일색...협회도 응답할까
국내 게임업계에선 질병코드 도입이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일 불러일으킨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힐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특히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게임산업 종사자의 15%가 감소할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전체 게임 산업 생산이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차에는 24%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용시장에서 1년 차 3만6382명, 2년 차 8만39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질병코드 도입을 전면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게임 개발자와 업계 종사자는 물론 게임 이용자까지 '환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개발자들의 경우 '내가 하는 일이 질병인가'라는 인식이 생길정도로 자존감과 이미지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게임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게임이라는 것은 상업적인 의미보다는 인간의 휴식을 위한 하나의 놀이 영역"이라며 "이러한 놀이를 질병으로 본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세계를 질병으로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에선 게임이 스포츠 영역까지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전함을 무시하고 이를 질병으로 본다는 것은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한 하나의 조작된 내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도 "질병코드 논의는 가능하다면 전면 재검토를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근거를 찾기 위한 노력을 정부에서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질병코드가 도입돼 시행됐을 경우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검토와 폐해를 진단하고,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는 질병코드 도입 반대 의지를 명확히하고 이를 위한 통계법 개정과 실증 연구 강화, 이용자 보호 중심의 정책마련을 통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강유정 게임특별위원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국내에 그대로 등재하는 것은 게임 이용자에 대한 낙인이자, 문화 향유권과 산업 경쟁력 모두를 훼손하는 조치"라며 "민관협의체가 수년째 결론 없이 논의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무책임한 절차로 산업과 이용자 피해를 방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