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FSL, 첫 술에 배부르랴

2025-06-18     이소라 기자

2025년 새로운 포멧으로 8개 프로 게임단과 시작을 알렸던 FC온라인 슈퍼 챔피언스 리그(FSL) 시즌1이 마무리 됐습니다. 첫 시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수들 사이의 다양한 스토리가 전개되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죠.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라이브 드래프트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원래는 리그 전 선수들이 모여 별도로 드래프트를 진행하는데, 이를 라이브로 진행해 팬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라이브 드래프트란?

라이브 드래프트는 실시간으로 선수를 선택해야 합니다. 제한된 급여 내에서 효율적인 스쿼드 구성을 위해 선수들은 엄청난 고심을 해야 하죠. 예를 들어 호날두의 경우 전성기 시절에는 급여가 비싸지만 그렇지 않은 시즌에는 급여가 낮습니다. 즉 선수는 어떤 시즌의 어떤 선수를 써서 제한된 급여 안에 선수를 픽해야 하는지 고심해야 합니다.

이번 시즌에서 넥슨은 실시간 드래프트를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선수 구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선수 구성을, 선수들의 특성으로 풀어가는 재미를 발견하라는 의도였죠.

결승전은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으로 선수들의 두뇌 싸움을 유도했습니다. 4강까지는 1세트 시작 전에만 라이브 드래프트를 진행했지만, 결승전은 1세트, 3세트, 5세트 시작 전에도 라이브 드래프트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죠.


루즈해진 경기 시간 '독'

라이브 드래프트의 경우 약 8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연장을 가지 않는다면 FC온라인 한 경기가 끝나는 시간은 약 11분 정도가 걸립니다. 라이브 드래프트와 경기 시간에 소요되는 시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1세트에서만 라이브 드래프트를 진행했던 전 경기들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조합을 보는 재미가 더해졌고, 선수들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어떤 선수를 보는 재미도 있었죠. 

하지만 결승전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프타임이 너무나 길어지는 느낌이었죠. 3세트와 5세트마다 라이브 드래프트를 진행하다 보니 짜릿한 기분이 다시 차분해지고, 경기가 루즈해진다는 느낌조차 들었습니다.


5세트까지 꼭?

이번 결승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어느 때보다 창과 방패의 명확한 구도가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기록을 비롯해 징스크 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이 속출했죠. 세트 하나, 하나 보면 모두가 명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5세트에 굳이 라이브 드래프트를 했어야 했는지는 아쉬움이 듭니다. 끝까지 온 두 선수에게, 차라리 모든 카드를 풀어준 뒤 피지컬 대 피지컬 싸움을 펼치게 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미 앞에서 충분히 선수들의 전략적인 부분을 감상한 상황에서, 그 열기를 그대로 이어가 피지컬 싸움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았을까요? 사실 4세트까지 엄청난 열기가 이어졌는데 5세트 라이브 드래프트를 진행하면서 경기장의 열기가 식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랴

경기장을 찾은 박찬용씨는 "4세트까지 치고 받는 접전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5세트는 힘 대 힘싸움을 보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모든 카드가 풀린 뒤 빠르게 라이브 드래프트가 진행되고 골잔치가 펼쳐졌다면 저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젠지의 '원더08' 고원재도 "물론 5세트에서 기존 룰대로 라이브 드래프트를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카드 제한 없이 진짜 실력 싸움을 할 수 있었다면 선수 입장에서도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첫 프랜차이즈 시도고, 보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FC온라인 리그에 빠져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결승전에서의 '라이브 드래프트' 룰이 좀더 경기를 박진감 넘치게 바뀌기를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