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 ① '21년 외길인생' 걸어온 최영우 대표, 'SOOP'에 일으킨 변화의 바람
많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지만, 생각보다 점령하기는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아마도 토종 플랫폼들이 워낙 잘 만들어졌고, 견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죠.
개인방송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위치를 비롯해 다양한 개인방송 플랫폼이 한국 시장에 들어왔지만, 아프리카TV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죠. 그렇게 한국 개인방송 시장에서의 아프리카TV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그들은 지난해 사명을 'SOOP'으로 바꾸고 글로벌 진출을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변화를 주도할 사람으로 최영우 대표를 선택했습니다.
21년째 외길 걸어온 게임-e스포츠 전문가
최영우 대표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e스포츠에 몸담아온 전문가입니다. 2004년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일을 시작했던 최 대표는 2007년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을 운영했던 위메이드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했습니다.
"위메이드에서 지금의 서수길 SOOP 대표님과 인연을 맺었죠. 당시 위메이드 대표셨고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가 미래 주도 사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스타크래프트 이외에도 해외에서 인기가 많았던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스트라이크 팀에도 대규모의 투자를 하셨어요’"
이후 최대표는 2011년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e스포츠를 총괄했습니다. 지금의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뼈대를 만든 사람 중 한명이죠. 이후 2013년 말에는 유럽의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를 정비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습니다.
"위메이드에서 아발론 리그를 진행했고, 그때 카오스를 하던 선수들이 제가 소속됐던 위메이드 개발 게임인 아발론으로 넘어왔다가 다시 리그오브레전드로 넘어갔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어요. '꼬마' 김정균 감독을 초창기부터 봤으니 참 긴 인연이죠."
2018년 최 대표는 EA에서 피파(현 FC) 지식재산권(IP)로 치러지는 e스포츠 대회를 총괄해왔습니다. 그리고 2021년 SOOP(당시 아프리카TV)에 입사했죠. 그는 e스포츠 및 게임 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이력입니다.
"어쩌다보니 벌써 e스포츠와 게임 업계에 20년 넘게 있었더라고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SOOP을 경영하는데 그런 경험과 인맥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1년 인맥과 노하우가 준 힘
SOOP에서 생산되는 개인방송 중 70%는 게임과 e스포츠 관련 콘텐츠입니다. 21년 동안 게임 및 e스포츠 분야에서 외길 인생을 걸어온 최 대표가 SOOP을 책임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SOOP에서 중요한 콘텐츠인 게임과 e스포츠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고, 스트리머들에게는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이 가능한 소스이기도 하고요."
최 대표는 SOOP의 글로벌화를 고민하면서 그동안 게임과 e스포츠에서 쌓았던 지식 및 인맥 덕을 톡톡히 봤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한 길을 우직하게 가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들이 그 사람의 자산이 되는 듯 합니다.
"2014년부터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했다보니, 현지 인맥들이 많아졌죠. SOOP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많은 분들께서 현지 상황을 제대로 알려 주셨고, 필요한 부분들을 조언해 주셨어요. 현지 스트리머들의 성향과 인지도, 그들을 관리하고 있는 회사, 현지 스트리머들의 생태계 등 다양한 것들을 현지 분들께 직접 듣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리죠."
'아프리카TV'가 'SOOP'으로 되기까지
아프리카TV라는 이름을 SOOP으로 바꾸길 제안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최 대표입니다.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사명을 바꿀 것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입니다.
"아프리카TV를 영어로 표기하면 외국인들이 '아프리카' 스펠링이 틀린 것 아니냐고 되묻더라고요.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Anybody can FREEly broadcast TV'의 약자라 afreecaTV라 쓴다는 설명을 해야 한다면 브랜드로서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는 직관적이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설명이 길어서는 안되고, 한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다보니 글로벌 버전에서만이라도 사명 변경의 필요성을 느꼈죠."
라이엇게임즈, EA 등에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경험을 한 것이 최 대표에게는 자양분과 같았습니다. 그들이 들었을 때 직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단어를 생각했고 'SOOP'으로 최종 결정된 것이죠.
"사실 신입(?)이기에 막 내뱉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부에서 오랫동안 아프리카TV 이름으로 일하셨던 분들께서도 외부에서 갓 입사하여 다른 시각을 가진 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신 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서 한국에서의 명칭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직관적이고 쉬운 발음이라는 브랜드 특징은 한국에서도 똑같이 통할테니까요. 그래서 SOOP이 탄생한 것입니다."
변화의 문턱, 브랜딩을 고민하다
사실, 사명이 바뀐 것은 모든 것이 바뀐 것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최 대표는 SOOP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좀더 다양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최 대표는 고민 끝에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SOOP의 이미지 제고 및 변화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고, 그렇게 '페이커' 이상혁이 등장하는 멋진 브랜딩 광고가 탄생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일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 하면 저는 유럽 무대에 울려퍼졌던 '페이커'의 생일축하 노래라고 이야기해요. 유럽의 슈퍼 스타 '비역슨'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일겁니다.
e스포츠 역사를 다시 썼고, 지금도 다시 쓰고 있고, 전 세계를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한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던 유일한 선수. '페이커'가 가진 역사와 변화, 도전은 SOOP이 추구하고자 하는 변화의 방향과 비슷하니까요."
'페이커'를 내세운 SOOP의 브랜딩 광고는 호평을 받았고, 팬들에게 SOOP을 제대로 알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강남역 일대에 브랜드 광고가 나가면, 젊은이들은 가던 길을 멈춰서 광고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최 대표의 의도대로 SOOP에는 조금씩 긍정적인 이미지가 입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스트리머 지원에 진심인 방송, 그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는 방송, 라이브 중계를 넘어 '라이프 중계'가 가능한 방송. SOOP은 그렇게 성장하고 변화하고, 진화할 것입니다."
2편에 이어집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