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유통량 조작' 혐의 벗은 장현국...넥써쓰 블록체인 신사업 탄력 받나
법원이 가상자산 '위믹스' 유통량을 숨기고 위메이드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현국 위메이드 전 대표(현 넥써쓰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 대표가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그가 이끄는 넥써쓰의 블록체인 신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현국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사업 진행"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현국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장 전 대표는 선고 후 기자들 앞에서 "'김남국 코인'이라는 사건으로 시작돼 오늘 재판 결과처럼 죄 없는 사건 수사로 여기까지 이르렀다"며 "제 개인도 그렇지만 위믹스 투자자들과 위메이드 주주들도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셨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사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장 전 대표가 새롭게 이끄는 법인 '넥써쓰'의 향후 사업 전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 전 대표는 올해 초 게임사 액션스퀘어 대표로 선임된 뒤 사명을 넥써쓰로 변경하고, 신규 가상자산 '크로쓰(CROSS)'를 발행하며 사업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구축 외에도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등으로 보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장현국 대표의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며 향후 신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장 대표는 "블록체인은 생태계 산업으로 여러 파트너가 함께 참여해야 진전이 있는 일"이라며 "오늘 적법한 판결은 지금까지 밀려 있던 파트너들과의 일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위믹스-위메이드 주가 직접적 인과관계 성립 안해"
이날 재판부는 "위메이드는 2022년 기준 영업 수익 80% 이상이 게임 산업에서 발생했다"며 "2021년께 위메이드 주가가 의미 있게 상승한 이유는 위믹스 코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닌 출시 게임 성공, 투자 유동성 증가에 따른 전체 주식시장 영향 등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령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게임업계 전반의 상황이나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 문제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위믹스와 위메이드 주가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위믹스 가격 변동에 따라 위메이드 주가가 움직인다는 검찰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 전 대표의 행위는 위믹스 이용자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지 위메이드 주식 투자자에 대한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위믹스와 위메이드 주식이 발행 주체, 거래되는 시장, 가격 형성 요인 등 여러 측면에서 명확히 구별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위믹스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유틸리티 코인으로 기업 가치가 반영되는 주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또한 장 전 대표가 위믹스를 매각해 조달한 자금을 실제로 사업 운영에 활용한 점에 대해서도 "위믹스 처분 규모가 커질수록 위메이드의 자산이 늘어나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위믹스 유동화 행위가 위메이드 주가 하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위메이드의 주가 상승은 주로 게임 사업 실적, 특히 미르4 글로벌 흥행과 당시 주식시장 현황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1심 무죄로 '사법리스크' 한 숨 돌려...검찰 항소 여부 검토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가상자산을 명확히 규율하는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제정돼 향후 유사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법적 해석이 가능할 수 있지만, 본 사건은 해당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장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장 전 대표는 위믹스 현금화를 중단한다고 허위로 발표해 투자자들이 코인을 매입하도록 유도했으며, 이후 위메이드 주가 방어 및 위믹스 시세 하락 방지 등의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위메이드는 2020년 6월 자체 가상자산 '위믹스'를 발행한 뒤, 같은 해 10월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이후 시세가 급등하자 회사는 2022년 1월까지 위믹스를 순차적으로 매도해 약 2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자금은 게임사 인수 등 다양한 사업 확장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2년 초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대규모로 매도하면서도 이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믹스 가격과 위메이드 주가는 동시에 급락했다.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자 장현국 당시 대표는 코인 유동화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검찰은 이후에도 매각이 계속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장 전 대표가 위믹스 매도 사실을 숨긴 채 주가를 방어하려 했다고 보고, 지난 4월 결심공판에서 장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을, 법인 위메이드에는 벌금 5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