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 아이폰은 가능할까
애플이 미국 내 제조업 확대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응해 최근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 내에서 '아이폰' 생산이 가능할 지 주목된다. 현지 반응은 '아니요'다.
11일 블룸버그의 애플 소식통 마크 거먼은 뉴스레터 '파워 온'을 통해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 대량 생산을 시작할 가능성은 없다"며 "비용, 규모,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에서도 애플이 아이폰의 상당 부분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가동하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다"며 "폴더블 모델과 20주년 기념 에디션을 포함한 가장 복잡한 향후 버전은 처음에는 중국에서만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10년 안에, 혹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애플은 공급망과 첨단 제조 역량을 미국으로 확대하는 '미국 제조 프로그램(AMP)'에 기반해 1000억달러를 신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향후 4년 간 5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계획에 추가된 투자 금액이다.
AMP 첫 파트너로는 코닝, 코히어런트, 글로벌웨어퍼스 아메리카(GWA),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삼성 글로벌파운드리, 앰코, 브로드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더불어 애플은 향후 4년 간 미국에서 2만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애플의 행보는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풀이된다. 현재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은 주로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국가에 고관세를 물리면서 아이폰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애플이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내 제조 투자를 확대하는 안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아이폰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건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기 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인력 부족, 공급업체 생태계와 제조 및 엔지니어링 노하우 부재 등이 이유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을 중국에서 제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저임금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과 인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 애플 공급망에는 아이폰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익힌 수백만 명의 인력이 고용되어 있는데, 미국 내에는 이를 대체할 여력이 없다는 것.
애플이 미국에 거대한 생산시설을 마련해 로봇 등으로 자동화된 환경을 구축한다는 구상도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아이폰은 개발 속도가 빠르고 생산 프로세스가 워낙 자주 변경되기 때문에 자동화가 어렵다는 이유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