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韓 버전 가사 달라'...넷플릭스 더빙 투자 배경은?
더빙 시장 확대 기여...몰입감·접근성 향상 "구독자 선택지 확장...5년 이상 투자 지속"
넷플릭스의 더빙 콘텐츠 확대 기조가 신예 성우 양성으로 이어지며 한국 콘텐츠 창작 생태계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낳고 있다. 단순히 언어 변환 수준을 넘어 콘텐츠의 현지화를 추구한다. 화제의 작품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국어 더빙 버전 노래 가사가 오리지널과 다른 점도 이 같은 사실에 기인한다.
11일 넷플릭스는 서울 마포구 상암 픽셀로직코리아 스튜디오에서 '넷플릭스 해외 콘텐츠 한국어 더빙 이야기' 토크 세션을 열고 "넷플릭스는 신예 성우와 베테랑 성우를 다양하게 기용하며 다양한 세대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더빙업계의 지속적인 성우 양성에 기여 중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대부분 배역 기회가 프리 성우로 데뷔한 신인들에게 돌아갔다. 케이팝이라는 소재와 신인 아이돌들이 활약하는 콘텐츠에 새로운 목소리가 어울린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중진에 해당하는 민승우 성우도 "새 시장이 열린 것"이라고 넷플릭스의 더빙 콘텐츠 확대를 평가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사자보이즈 진우 역을 맡은 그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와의 작업 비중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시장에 넷플릭스의 작업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 우리에겐 고용 기회가 늘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신예 발굴 외에도 더빙에서 신구 세대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월레스와 그로밋'에서 월레스 역을 70대의 유해무 성우가, 매킨토시 경감 역은 80대의 탁원제 성우가 맡아 젊은 성우들과 조화로운 연기를 펼쳤다. '베르사유의 장미'에는 90년대 기존 성우들을 기용했고, '웬즈데이'의 주인공 웬즈데이 역에는 신예 이주은 성우를 캐스팅했다.
최민디 넷플릭스 더빙 시니어 매니저는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내보낼 때 더빙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는 구독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한국어 더빙본도 근래 5년 이상 투자를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어 더빙본에 대한 수요도 최근 증가 중이다.
제작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픽셀로직코리아에서 한국어 더빙 제작 메인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김형석 PD는 "업계에서도 체감될 정도로 넷플릭스의 더빙 작업이 전보다 늘었다"며 "가족 단위나 시각장애인, 교육용, 멀티 태스커 등 더빙본 선호층도 다양해졌다"고 부연했다. 그는 10년 넘게 더빙 프로듀서로 일하며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작업을 넷플릭스와 함께했다.
픽셀로직코리아에서 한국어 더빙 및 오디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김민수 디렉터는 "시청층이 다양해지면서 한국어 더빙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다양한 성우를 캐스팅하거나 장르에 맞는 특별한 번역가를 기용 또는 팬들의 반응을 분석해 트렌드에 맞는 진행을 하려는 노력도 이런 배경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의 다양성 측면에서 성우들에게 호재라는 반응도 있다. 신나리 성우는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드라마, 영화를 아울러 취급한다"며 "시청층의 폭이 넓은 서비스이기에 성우로서 다양한 작업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더빙본에서 헌트릭스 루미 역을 맡아 민승기 성우와 호흡을 맞췄다. 2020년 데뷔한 비교적 신진 성우에 속한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더빙 녹음 외에도 배리어프리(장벽 없는)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더빙과 화면 해설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애미상 후보에 오른 '우리의 바다(Our Oceans)'가 대표적이다. 가수 민경훈이 내레이션을 맡고, 허우령 전 KBS 시각장애인 앵커가 화면 해설 작업을 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화면 해설을 만나볼 수 있다.
최민디 넷플릭스 더빙 시니어 매니저는 "더빙과 화면해설은 서로를 완성하는 짝꿍 같은 존재"라며 "더빙과 화면해설이 함께 제공되면 콘텐츠 접근성이 훨씬 높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 장벽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넷플릭스가 한국어 더빙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