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독이 든 성배?...실망감 안긴 세일즈포스 실적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기업이자 에이전틱 AI 무대를 선도 중인 세일즈포스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전망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3일(현지시간) 세일즈포스는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0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는 상회했지만, 과거 보여준 성장률에 비하면 인상적이진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3분기 매출 성장 전망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자 세일즈포스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5.58%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세일즈포스 주가는 올해 들어 22.44% 하락했다. SaaS 분야의 대표 기업인 워크데이는 -7.31%, 서비스나우는 -12.8%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들 기업들은 작년까지 생성형 AI의 수혜주로 분류됐지만, 에이전틱 AI가 부상한 최근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SaaS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이면에는 AI 투자 속도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AI가 SaaS 기업들의 기존 사업 모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스며있다.
AI 에이전트, '비용 절감-매출 성장' 동시에 기여한다는데
최근 세일즈포스가 주력하는 분야는 '에이전틱 AI'다. 이 회사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 포스'를 앞세워 SaaS 기반의 AI 에이전트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회사 측은 에이전트 포스 출시 이후 1만2500건의 계약을 확보했으며, 이 중 6000건 이상이 유료라고 밝혔다.
실제 AI 에이전트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높은 상황이다. 세일즈포스가 모닝컨설트와 함께 한국을 포함한 24개국 최고재무책임자(CFO) 2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4%는 AI 에이전트가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매출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CFO들은 AI 예산의 약 25%를 에이전틱 AI에 할애하고 있으며, 64%는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지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기업은 평균 매출이 약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에 기반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자사 재무 조직의 업무 정확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조달 관련 문의의 약 50%를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처리해 2.2명의 인력에 해당하는 시간을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AI발' 구조조정 현실로?
이런 AI의 파급력은 이미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세일즈포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지원 부문에서 4000개 일자리를 줄였다고 보도했다.
베니오프 CEO는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AI가 세일즈포스 운영에 미친 영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인력이 덜 필요해져서 9000명에서 약 5000명으로 줄였다"고 언급했다. 앞서 베니오프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를 통해 지난 6월 "현재 전체 업무의 30∼50%를 AI가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사업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상반기에만 1만5000명을 감원했다. 2023년 1만 명을 감원한 이후 최대 규모로, 인력 감축은 주로 영업 부서와 개발팀 등에 집중됐다. 앞서 지난 2월 메타도 전체 인력의 5%에 해당하는 약 36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AI와의 동거, SaaS 기업에 독인가 약인가
이런 에이전틱 AI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세일즈포스와 같은 SaaS 기업들에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가 가져오는 비용 효율성과 업무 능력 향상으로 인해 기존에 인간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처리하던 일들의 상당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를 전조로 미루어봤을 때, AI가 기존 SaaS 기반의 업무 환경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면 소프트웨어 기업들 역시 도태될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위기감으로 세일즈포스를 비롯한 SaaS 기업들은 AI를 전략의 중심으로 가져오고 있다. 자신들의 플랫폼에 AI를 결합해 고객들이 비용이나 시간을 절감하는 성과를 경험하게 만들고, 특화된 데이터로 인해 다른 AI 기업들이 갖지 못한 가치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자사 플랫폼을 업무에 활용되는 각종 AI 에이전트를 연결할 '구심점'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