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총 '고공행진'...1660억달러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기관 자금 유입 본격화…디파이 인프라 신뢰도 강화

2025-09-16     서미희 기자
이더리움 / 사진=픽사베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디파이 핵심 인프라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16일 코인 전문 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의 스테이블코인 총 공급량은 166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한 달 전 1495억달러 대비 약 165억달러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자산 거래를 넘어 기관과 개인 모두에게 이더리움이 디지털 달러 기반 금융 생태계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USDT·USDC가 성장 주도

스테이블코인별로는 테더(USDT)가 878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서클(USDC)이 48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두 자산만으로 전체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테더는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발행량 대비 준비금은 현금성 자산이 80%를 차지하며, 나머지 20%는 1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과 금 선물로 구성돼 있다. 서클이 발행하는 USDC는 올 상반기 전체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서클은 유럽연합에서 처음으로 라이센스를 취득한 스테이블코인인 만큼 규제 친화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자산별로 온체인에서의 기능이 명확히 분화되고 있다. 테더는 트론 기반 송금과 중앙화 거래소 간 정산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서클은 이더리움·솔라나·아비트럼 등에서 디파이 담보 및 거래 자산으로 쓰이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빈센트 리우 크로노스 리서치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더리움의 스테이블코인 공급 증가세는 단순한 투기 수요를 넘어 디파이 생태계에서 달러화 기반 자산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신호"라며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돼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닉 럭 LVRG 리서치 디렉터도 "이번 성장은 기관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특히 USDT와 USDC 공급 확대는 기관 채택 가속화를 의미하며, 향후 디파이 활동 증가와 함께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상장사들이 이더리움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는 움직임도 이같은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다.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 이드질라 등 기업들이 이더리움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톰 리 비트마인 회장은 "월가가 크립토 인프라로 진입하는 것은 이더리움에게 1971년과 같은 기회"라며 "엄청난 자산이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것이며 이더리움이 그 중심에서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임금과 물가를 90일간 동결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뉴욕증시는 하루 거래량과 상승률에서 모두 사상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기관 채택 가속화 전망..."디지털 금융의 기축 자산으로 부상"

이더리움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약 5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경쟁자인 트론(27%)과 솔라나(4%)를 크게 앞선다. 특히 테더와 서클이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약 80%를 차지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이더리움이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 중앙화 거래소, 기관 투자자들의 자산 운용에 필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피델리티와 같은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토큰화된 미국 국채 펀드를 출시하며 이더리움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입증했다.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전통 금융 시장과의 통합을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유입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의 시가총액은 주말 사이 1703억달러를 돌파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테더 시가총액은 1703억달러로 단일 스테이블코인으로서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테더는 전체 가상자산 중에선 리플을 이은 네 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테더

한편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었던 테더가 미국 제도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테더는 지난 12일 미국 규제 요건을 충족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AT'를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테더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현지 법인 '테더 USAT'를 설립했으며, 미국 전략 고문으로 활동해온 보 하인스를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하인스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첫 백악관 가상자산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이더리움 상 스테이블코인 공급 확대가 단순히 거래 수요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파이 생태계의 안정성과 확장성, 나아가 기관 투자자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금융의 기축 자산으로 기능을 강화하면서 이더리움의 역할 또한 한층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