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네이버 이해진의 꿈...커머스 이어 K-콘텐츠로 美-中 빅테크에 맞서다
美-中 빅테크 맞서 K-콘텐츠로 글로벌 공략 성과 제2의 라인은 한국의 디지털 문화...네이버 생태계 수출효자로 '우뚝'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꿈꾸던 글로벌 콘텐츠 제국의 꿈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수년째 공 들여온 웹툰·웹소설 글로벌 확장, 연이은 조단위 투자와 북미 플랫폼 인수, 현지 SNS 사업 추진 등이 병행되며 미국-중국 빅테크 플랫폼에 대항할 새로운 무기를 확보한 모습이다. 라인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거둔데 이어 이젠 콘텐츠로 네이버의 외연확장을 이루겠다는 포석이다.
지난 17일 네이버웹툰을 운영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WBTN)는 마블-스타워즈로 대표되는 디즈니와 손을 잡기로 발표하고, 양사가 방대한 만화 지식재산권(IP)을 활용, 공동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디즈니는 3만5000편 이상에 달하는 마블, 스타워즈, 디즈니, 픽사, 20세기 스튜디오의 만화들을 하나의 디지털 구독 서비스에 모을 수 있게 됐다. 신규 플랫폼 개발과 운영은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맡게 된다. 특히 디즈니는 협력 강화를 위해 네이버웹툰 엔터테인먼트 지분 2%를 직접 인수, 아예 혈맹을 맺기로 했다.
무엇보다 디즈니는 자체 플랫폼 구축이 아닌 네이버웹툰을 통해 디지털 만화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확인한 콘텐츠 분야의 한류 덕이다. 한국 기반의 웹툰, 만화 등 애니메이션 기반 콘텐츠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네이버의 역동적인 콘텐츠 파워가 필요해진 것.
전문가들은 이번 협업이 단순한 합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한다. 그간 네이버웹툰은 북미 시장에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장벽에 부딪혀 주류 편입에 한계를 겪어왔다. 하지만 디즈니라는 세계 최대 IP 보유처와 손잡으면서 글로벌 유통력과 브랜드 신뢰성을 확보, 웹툰의 미국 주류 문화 편입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인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케데헌은 넷플릭스 글로벌 최상위권에 오른데 이어 전세계 글로벌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K-콘텐츠의 저변을 크게 확장시켰다. 특히 한류 기반 콘텐츠 IP가 서구권에서도 경쟁력을 가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처럼 한국 I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디즈니와의 협업은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한국산 콘텐츠의 이같은 팽창에는 이 의장의 숨은 노력이 숨어있다. 그는 일본에서 라인을 성공시킨 후, 줄곧 콘텐츠를 한국 기업의 미래로 보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그의 주도로 10여년전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된 후,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라인과의 협업을 통해 웹툰이 동남아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그는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북미 시장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웹툰의 미국 법인 설립을 주도했다. 아시아에서 미국 중심으로 웹툰 사업의 판도를 다시 짠 것이다. 미국 대형 빅테크와의 협업 또한 네이버의 미국 중심 전략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 의장은 지난 2021년 캐나다의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약 7000억원에 인수, 네이버의 글로벌 IP 생태계를 키워왔다.
또한 '위쳐'로 유명한 미국 다크 호스 코믹스 등 현지 밀월을 키우고 네이버웹툰의 히트작 '중중외상센터'와 '지금우리학교는', '마스크걸', '이두나' 등의 넷플릭스 영상화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중 약 33%가 네이버웹툰 원작이었다. 이미 지난해 4분기 기준 네이버웹툰은 북미 만화 앱 시장에서 월간 활성 사용자(MAU)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했다. 2위 사업자와 격차는 9배에 달한다.
라인으로 한국 디지털 플랫폼의 경쟁력을 증명한 이 의장은 이제 콘텐츠를 통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실제 최근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및 이재환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이 한국에 기여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23년 기준 약 4조3522억원에 달한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까지 러브콜을 보낸 만큼, 네이버웹툰의 국위선양은 올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 의장은 여기서 그치지않고 최근 북미를 기점으로, AI 기반 SNS '싱스북(Think’s Book)' 출시 준비가 한창이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작성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형태다. UGC 기반인 만큼, 네이버의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와 시너지가 상당할 전망이다.
더불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는 현재 100개 이상의 웹툰·웹소설 IP의 영상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 네이버 생태계 내 미국 유저 확보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이제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까지 주요 파트너사로 품은 만큼, 이 의장의 글로벌 콘텐츠 정복의 꿈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개인간거래(C2C)를 중심으로 네이버 커머스 생태계의 북미 시장 안착, 북미 네이버벤처스 설립으로 초기기업 발굴까지 속도가 붙고 있어 네이버의 미국 정복도 현실화될 조짐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