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25] K게임 존재감 알린 도쿄게임쇼...이제 시선은 '지스타'로 향한다(종합)
아시아 최대 규모의 게임 축제로 불리는 일본 '도쿄게임쇼(TGS)'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도쿄게임쇼는 독일의 '게임스컴'과 다르게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라인업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면서 묘하게 오는 11월 개최를 앞두고 있는 국내 게임쇼 '지스타'와 오버랩 되기도 했죠. 기자들 입에선 한결같이 '역대 그 어떤 출장보다 바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도쿄게임쇼 입니다.
26만명 몰린 '도쿄게임쇼'...내년엔 '하루 더' 열린다
올해 도쿄게임쇼는 총 1136개사가 참여해 처음으로 1000개사를 넘겼습니다. 지난해 989개사를 크게 넘어선 수치죠. 이 중 일본 기업이 521개사로 절반 가량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615개사는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라는 뜻입니다. 도쿄게임쇼 부스는 4157개로 지난해보다 크게 성장했습니다. 47개국으로 확대돼 전 세계 게임쇼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관람객 수도 주목할만 합니다. 이번 도쿄게임쇼 전체 관람객은 26만3101명입니다. 지난해 27만4739명보다 줄어든 수치죠. 하지만 비즈니스 데이에 관람객은 다릅니다. 개막 당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비즈니스 데이에 됴쿄게임쇼를 방문한 관람객은 10만7131명입니다. 지난해보다 1만명 이상이 증가했죠. 이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게임 산업이 비즈니스 측면으로 성장했고,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를 이끌 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집니다.
내년 도쿄게임쇼는 규모가 더 커집니다. 도쿄게임쇼를 주관하는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협회(CESA)는 내년 일반인 관람객들이 입장할 수 있는 날을 하루 더 확대하기로 결정했죠. 이에 따라 올해까지 총 4일간 진행된 도쿄게임쇼는 내년 총 5일로 일정을 확대합니다. 이에 따라 현장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분산되며 한층 더 쾌적한 관람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 시장 공략 힘주는 'K게임'
올해 도쿄게임쇼에는 국내 게임사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일본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신작부터 출시일 공개까지 비중있는 이벤트를 가져가며 일본 시장 공략에 공들이는 모습입니다.
우선 도쿄게임쇼에 처음 참가한 넷마블은 현장에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시언을 진행했습니다. 이 게임이 일본 시장 현장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제작발표회까지 개최하고 내년 1월 28일로 출시일을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펄어비스 역시 소문만 무성하던 '붉은사막'의 출시일을 내년 3월 19일로 확정했습니다. 도쿄게임쇼 개막 직전 열린 소니의 온라인 신작 발표회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에서였죠. 도쿄게임쇼의 공식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출시일을 발표했다는 점, 도쿄게임쇼 기간과 맞물려 전 세계 게이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일본 시장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는 신작 RPG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카제나)'와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도쿄게임쇼에서 공개했습니다. 특히 미래시의 게임 정보가 공개된 것은 전 세계 처음입니다. 아직 국내에서조차 공개된 적이 없는 게임 시연을 일본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죠. 컴투스 역시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를 도쿄게임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게임업계 고위관계자들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수장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는 도쿄게임쇼 개막날 현장을 찾아 부스를 둘러봤습니다. 올해 국내 최대 흥행작 '뱀피르'의 개발을 이끈 권영식 넷마블네오 대표 역시 개발사 대표의 자격으로 현장을 찾았죠.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역시 도쿄게임쇼 현장 부스를 방문해 게임산업 진흥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지스타의 고민은 깊어진다
도쿄게임쇼의 흥행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국내 게임쇼 '지스타'가 떠오릅니다. 매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는 국내 게임업계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인식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 축제죠.
하지만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올해 지스타는 총 전시 규모가 3010부스(8월31일 기준, 최종 수치는 변경될 수 있음)입니다. 이는 지난해 3359부스, 2023년 3328부스 보다 감소한 수치죠. 아직 부스 참가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스타에 참가하는 게임사 수도 예년보다 적어질 전망입니다. 올해 지스타는 메인스폰서를 맡은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국내에선 넷마블과 크래프톤 정도가 참가 의사를 밝혔을 뿐입니다. 해외 게임사까지 넓혀봐도 배틀스테이트게임즈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게임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글로벌 게임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이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올해 지스타는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컨퍼런스 'G-CON(지콘)'의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게임 산업의 주요 화두인 '내러티브'를 메인 테마로 삼고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웹툰·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한자리에 모아 이야기를 듣는 것이죠.
연사 라인업은 화려합니다. 일본 RPG 창시자로 꼽히는 호리이 유지, 33원정대의 제니퍼 스베드버그-옌, 디스코 엘리시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버트 쿠르비츠 등이 한국을 찾습니다. 'P의 거짓' 개발을 총괄해 게임스컴 3관왕, 지스타 6관왕을 달성한 최지원 라운드8스튜디오 디렉터도 지콘 연사로 나섭니다.
지스타는 분명 국내 최대 게임쇼임이 틀림없습니다. 그 위상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게임사들의 참가를 독려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게임쇼의 흥행에 감탄하는 것이 아닌, 지스타의 성공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죠. 도쿄게임쇼 현장에서는 지스타보다 한국 게임사가 더 많이 나왔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더이상 농담이 아닌 현실입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