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이슈] 두나무 송치형에 손 내민 이해진...네이버 지배구조 바뀌나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결합 시 송치형 네이버 지분율 확대 '촉각'
미국과 중국 빅테크에 맞서온 네이버가 국내 최대 코인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품으며 글로벌 웹3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이번 딜은 단순한 인수 합병, 또는 창업자들의 엑시트(exit)가 아닌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혈맹'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이사회 의장)가 네이버 생태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인재를 발탁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이 의장이 그리고 있는 후계구도에 등장한 것이다.
이해진 후계구도에 들어온 송치형...딜 성사 시 네이버 핵심 주주로 '도약'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다음달 중 이사회를 통해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편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사 모두 비상장사인 만큼, 구체적인 인수 조건 및 협의사항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예상대로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인수하면 국내 핀테크 및 디지털 자산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하는 네이버페이는 연간 결제액 80조원에 달하는 온라인 간편결제 업계 선두주자인 데다 두나무의 업비트는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3위권 자리를 지켜온 아시아 대표 코인 거래소다.
특히 업계에선 네이버가 핀테크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교환비율은 영업가치와 자산가치를 견줘 볼 때 1대4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후 합병법인이 등장할 경우, 송치형 회장이 보유한 두나무 지분 약 25% 가량은 합병법인 지분 약 20%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다시 네이버 본주 지분과 스왑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두나무 구주 보유자들은 새롭게 출범할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법인을 통한 엑싯을, 송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은 네이버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그리고 네이버가 다시 합병하는 방안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우회상장을 볼 시각이 있고, 두나무 구주 보유자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합병법인이 별도로 IPO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송 회장의 경우, 자신의 합병법인 지분을 네이버 지분과 맞바꿀 가능성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이해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국민연금(8.98%), 블랙록(6.05%) 다음으로 높은 3.73%에 불과하다. 합병법인이 네이버와 다시 합병하거나 주식 교환을 재차 하게 된다면 송치형 회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보다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계에서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개인적 신뢰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이 의장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피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국 인터넷 생태계를 이끌 차세대 인재 발굴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길을 찾지 못한 송 회장과 이미 글로벌에서 성공 경험을 갖춘 이 의장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업계에선 이 의장이 네이버 생태계를 이끌 새로운 키맨으로 송치형 회장을 발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 사람은 각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98학번 선후배 사이다. 김형년 부회장 또한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 95학번으로 이 의장의 학교 후배다. 두 사람 모두 2012년 두나무 창업 당시 서울대학교의 교내 사무공간을 활용할 만큼, 모교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의장의 이선후퇴, 나아가 송 회장이 네이버 경영권을 모두 주도할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이 의장은 지분율이 아닌, 기존 주주들 및 이사회의 지지를 얻어 경영권을 확보,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추후 송 회장이 확보할 네이버 지분 또한 절대적인 수준이 아닌 만큼 지금과 같은 이사회 중심의 경영 방식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시장의 대체적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생태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커머스와 검색, 웹툰-웹소설도 대표되는 글로벌 사업, 라인과의 연계 사업 등을 고려하면 이해진 의장의 후계자들이 함께 네이버 생태계를 이끄는 연립 정부의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합병법인 몸값은 50조원?! 두나무 구주 보유자도 OK
시장에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법인 추정 몸값을 50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시장이 추산하고 있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영업권과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 1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및 보유 디지털자산을 더해 약 16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는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양사간 시너지가 뚜렷해, 양사 간 결합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실제 두나무는 업비트 현물 거래대금이 코인베이스와 유사한 수준임에도, 글로벌 인지도와 규제 리스크, 사업 다각화의 어려움 등으로 미국 경쟁사인 코인베이스에 비해 과도한 밸류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 단독 상장으로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설득할 만한 30조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금융 부문은 오랜 약점으로 꼽혀왔다.
검색, 콘텐츠, 쇼핑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독보적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미래에셋과의 전략적 제휴는 기대만큼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세대 웹3 금융시장이 열리며 위기감이 커졌다. 코인베이스를 필두로, 바이비트, 바이낸스 등 혁신적인 사업자들이 속출하고 국내 투자자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과거 인터넷 플랫폼의 장벽도 허물어진 모습이다.
이에 양사가 살림을 합치면, 아시아 최대 디지털 금융 인프라라는 타이틀을 손에 쥐게 된다. 양 사의 시너지는 실물-디지털 경제를 이어 스테이블코인/코인 유통에서 1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 코인 유통, 디지털자산 포털에서 나아가 국내 커머스, 크리에이터, 크로스 보더 플랫폼, 글로벌 C2C, 웹툰 플랫폼까지 외연 확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는 국내 실물 경제 내 강력한 우위를 갖춘 플랫폼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커머스 거래액 50조원으로 쿠팡에 이어 2위며, 지난해 네이버페이 결제액 또한 72조원으로 간편결제 점유율 1위를 질주 중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스마트스토어, 커머스, 결제 생태계는 국내에서 대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기존 두나무 주주들은 단독 상장보다 네이버 생태계를 더해 최소 1.3배~1.5배 이상의 가치 상승을 누릴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합병법인이 30조 이상만 평가 받아도 단독 상장보다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 역시 "두나무의 압도적인 수익성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정책적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이번 딜은 빠르게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토종 인터넷·핀테크 생태계를 확대할 기회가 열린 점도 주목할만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