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싱가포르] 홍콩계 장악한 동남아 드럭스토어...올리브영 등 후발주자 진입 '바늘 구멍'

현지 H&B 시장, 왓슨스-가디언 2강 구도 '뚜렷' 약사 상주, 처방전 기반 전문 의약품도 취급  올리브영 등 비홍콩계 브랜드 존재감은 미미

2025-10-01     김소라 기자
/사진=김소라 특파원

동남아시아 헬스 앤 뷰티(H&B) 산업 중심엔 홍콩계 유통 기업들이 있다. 흔히 통용되는 '드럭 스토어'라는 명칭처럼 실제 다양한 의약품을 취급하며 의료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드럭 스토어로의 역할이 제한된 한국 H&B 시장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의 공고한 영향력 아래 후발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입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비 홍콩계 뷰티 체인 기업들이 일부 진입해 있지만 운영 매장 등 규모 면에선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대표 뷰티 체인인 '올리브영' 역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뚜렷한 사업 전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1일 싱가포르 유통 업계에 따르면 홍콩 기업들이 현지 H&B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가디언과 왓슨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현재 싱가포르 전역에 각각 100여개의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범위를 동남아시아 전체로 확장하면 이 같은 홍콩계 H&B 기업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약국 체인으로 시작...규제 산업 탓 초기 선점이 유리하게 작용

이들은 약국 역할을 주요하게 담당하는 H&B 체인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동남아시아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실제 약사가 이들 주요 매장에 상주하며 처방약을 제조하고 있다. 약국 로고를 매장에 걸고 조제실을 내부에 갖췄다. 감기약이나 소화제 같은 일반 의약품뿐만 아니라 전문 의약품도 직접 취급하고 있다.

홍콩계 드럭스토어는 일찍이 동남아시아 전역에 빠르게 뿌리내리며 공고한 시장 지위를 구축했다. 왓슨스와 가디언은 각각 지난 1980~1990년대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새롭게 진출하며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데 집중했다. 당초 약국 모델로 시작한 만큼 체인형 약국 브랜드로 초기 포지셔닝했고 이후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취급 상품 저변을 꾸준히 넓혀왔다. 

/사진=김소라 특파원

의약품 사업의 경우 강력한 규제 산업인 만큼 홍콩계 기업들의 초기 시장 선점이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싱가포르 내 의약품 유통 사업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부 규제 강도가 세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현재의 드럭스토어 시장 구도를 깨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그들은 이곳에서 처음 매장을 꾸렸고 단순 약국 기능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으며 여기에 모회사의 충분한 자금적 지원 등도 뒷받침되며 오늘날 H&B 유통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 효자 노릇 '톡톡'...동남아 시장 강화는 지속

현재 이들 브랜드는 그룹 내 주요 수익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각각 모회사 타 사업부문과 비교해 영업 성적 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일례로 왓슨스의 경우 모회사인 'CK 허치슨 홀딩스'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CK 허치슨 홀딩스 전체 매출에서 왓슨스 브랜드가 속한 리테일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40%로 단일 부문 가운데 가장 컸다. 구체적으로 당해 리테일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1900억홍콩달러(34조3000억원)로 나타난다.

가디언의 경우 그룹 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회사 'DFI 리테일 그룹' 여러 유통 사업 부문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가디언이 포함된 그룹의 H&B 사업부는 8.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 자체는 모회사의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사업부, 콜드 체인 등 음식 유통 사업부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작았으나 영업이익은 이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그룹 측은 당해년도 H&B 부문 성과에 대해 매출총이익률 개선, 영업비용 통제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사진=김소라 특파원

동시에 이들 브랜드의 동남아시아 영업 강화 작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왓슨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동남아 내 매장을 4200여개까지 늘렸다. 특히 태국 전역에 운영하는 매장이 700개를 넘기는 등 현지에서 공격적으로 체인화 작업을 전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왓슨스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총 373억6200만홍콩달러(약 6조7000억원)였다.

가디언은 온라인 판매 역량을 강화하며 동남아 시장에서의 대응에 나섰다. 올해 7월 싱가포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 이용 편의성 제고에 돌입했다. 지난해 동남아시아에서 벌어들인 전체 매출은 직전년도 대비 5% 증가한 8억5700만US달러(약 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마케팅 강화 작업에 힘입어 전년 인도네시아 매출이 17% 증가했고 싱가포르에서도 60% 이상의 매출 확대, 이에 따른 마진율 개선 등의 성과를 거뒀다.


비홍콩계 브랜드 진입 제한적, 올리브영 매장도 전무

이처럼 홍콩계 H&B 유통 공룡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하며 후발주자들의 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싱가포르 내에선 공공 조직 성격을 띈 전국노동조합의회(NTUC) 산하의 약국 체인 유니티가 있지만, 이를 제외한 약국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드럭스토어 브랜드는 전무하다.

유럽 뷰티 브랜드인 세포라와 일부 일본 브랜드들이 한정적으로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타깃하고 있다.

한국 대표 뷰티 체인인 올리브영 또한 동남아시아 내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싱가포르를 포함해 동남아 내 올리브영 매장은 전무하다. 올해 초 기준 일본과 중국, 미국 등에만 법인을 두고 있다. 동남아에선 온라인을 통한 주문 및 국제 배송 형태로 제한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아직까지 주효하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올리브영 전체 연결 매출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잡힌 수익은 4%대에 머물렀다. 사업이 대부분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그림이다.

싱가포르=김소라 특파원 whitedog321@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