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싱가포르] 전기차 보급 '고공행진'...중국 제조사 '비야디' 두각

올해 신차 출고량 1위, 일본-독일차 제쳐 배터리 용량, 가격 경쟁력 시장 우위 현대기아차 전기차 확산 속도는 더딘 편

2025-10-07     김소라 기자
/사진=김소라 특파원

중국 자동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싱가포르 내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타깃 차량들을 시장에 빠르게 공급하면서다. 가격 경쟁력을 비롯해 디자인, 실용성 등 여러 측면에서 현지 소비자 취향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제 최근 열린 대규모 자동차 컨벤션에서도 감지됐다. 비야디는 행사에 참여한 약 40여개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가장 큰 부스를 꾸리고 참가자들을 맞았다. 이날 대표 전기차 라인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비야디는 최근 몇년간 싱가포르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의 경쟁에선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근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크게 일본과 유럽 브랜드 위주였던 현지 차량 생태계에도 변화가 관측된다.


싱가포르 에너지 전환 정책 발판 보급률 '껑충'

비야디는 올해 싱가포르 내에서 가장 많은 신차를 출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 등록된 전체 신규 차량 가운데 비야디 비중은 약 20%를 차지했다. 이는 싱가포르 내 전기차 이용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비야디는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만 단독 생산하고 있다.

/사진=김소라 특파원

이러한 전기차 보급 확산은 싱가포르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아 떨어진다. 현재 정부는 장기적 관점의 지속 가능한 경제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부터 싱가포르 내 디젤 승용차 및 택시의 신규 등록이 제한되고 있다. 이후 2030년부턴 현지에서 신규 등록할 수 있는 차량을 모두 전기차, 하이브리드 같은 청정 에너지 모델로 국한하는 더욱 강력한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비야디는 공공 및 민간 시장 전반에 걸쳐 이같은 수요를 빠르게 파고 들었다. 지난 몇년간 신규 전기차 모델을 대거 공급하며 소비자 확보에 집중했다. 특히 넉넉한 배터리 용량 등 실용적인 부분과 경제적 요소를 두루 내세워 싱가포르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비야디에서 생산한 전기 버스도 현재 싱가포르 내에서 운행되고 있다.

관련한 시장 주목도는 금번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카 엑스포'에서도 감지됐다. 참가자들은 비야디 전기차 세단 라인인 'SEAL' SUV 모델 'SEALION 7' 등 엑스포에 전시된 차량들에 직접 탑승해 보거나 디자인과 스펙을 확인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올 여름 싱가포르 시장에서 신규 출시된 첫 번째 하이브리드 차량인 'SEALION 6 DM-I' 모델 또한 부스를 채웠다. 이날 현장에선 실제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 신차 판매 성과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비야디 측은 "매달 신규 판매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교통청(LTA) 데이터 기준으로 지난달 월 판매 대수가 900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독일-한국 브랜드도 전기차 전략 강화...성과는 아직 미미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도 잇따라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BMW는 자체 전기차 라인인 'i Series'를 내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비야디와 토요타에 이어 싱가포르 전체 신규 판매량 3위를 기록한 만큼 브랜드 파워 면에선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사진=김소라 특파원

다만 지구력 등 성능 면에선 비야디 대비 열위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 주요 스펙 중 하나인 배터리 용량을 보면 BMW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i4 Gran Coupe'를 비롯해 iX1, iX2 등이 모두 60~70kWh대로 나타난다. 반면 비야디의 경우 SEAL과 SEALION 7의 배터리 용량은 각각 82kWh, 91kWh다. 해당 수치는 한번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총 거리를 뜻한다. 즉 주행 지속력 면에서 비야디가 BMW의 전기차 대비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낮은 편이다. 비야디 대비 판매가가 약 20~30% 더 높게 형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BMW i 시리즈는 싱가포르 내 유통 가격이 평균 30만싱가포르달러(약 3억26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된다. i4 Gran Coupe의 경우 판매가가 37만4888싱가포르달러(약 4억8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비야디 SEAL, SEALION 7 모델(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가격이 24만싱가포르달러(약 2억6000만원)대로 나타난다.

/사진=김소라 특파원

현대, 기아차도 다양한 전기차 옵션을 제공하며 현지 시장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코나, 아이오닉 등 비야디 대비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은 모델들을 내세워 소비자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기아는 싱가포르 내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생산한 첫 전기차 모델 'EV5'를 올해 새롭게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확장 속도는 다소 더딘 편이다.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 내 신규 차량 판매 대수 기준 현대차는 7위를 기록했다. 전체 신차 가운데 약 3% 비중이다. 비야디(19.5%), 토요타(14.4%), BMW(11.1%), 벤츠(10.6%), 혼다(9.5%) 등 동기간 중국과 일본, 독일 브랜드들과 비교해 판매 성과가 저조했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신규 판매 비중이 전체의 2.6%에 그치며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싱가포르=김소라 특파원 whitedog321@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