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에 '말초 면역 관용' 연구자 3인...자가면역질환 치료 새 전기 마련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신체의 면역 체계를 연구해 자가면역질환과 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5일(현지시간) 노벨위원회는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메리 E. 브런코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 프레드릭 J. 램스델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 고문,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학교 면역학프런티어연구센터 석좌교수 등 3인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말초 면역 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에 대한 획기적인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연구자들은 말초 면역 관용 기전에서 '조절 T 세포'의 중요성을 발견했고, 현재 이를 통한 자가면역질환, 암 등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시몬 사카구치는 1995년 조절 T 세포를 최초로 발견했다. 이후 메리 브런코와 프레드 램스델은 2001년 자가면역 질환에 취약한 생쥐가 'Foxp3'라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음을 찾아냈고, 인간에게서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면 'IPEX'라는 심각한 자가면역 질환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혔냈다. 2년 후 사카구치는 Foxp3 유전자가 조절 T 세포의 발달을 조절한다는 것을 증명해 이 발견들을 연결해냈다.
올레 캄페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들의 발견은 면역 체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 모두가 심각한 자가면역 질환을 앓지 않는지에 대한 이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면역 체계는 수천 가지의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타 미생물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신체는 이 같은 면역 체계에 의해 보호되지만,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장기를 공격할 수도 있다.
수상자들이 발견한 조절 T 세포는 면역 체계가 신체에 해를 끼치는 것을 막는 '말초 면역 관용 '기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세포다. 조절 T 세포는 면역 반응을 억제해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하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종양은 면역 체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수많은 조절 T 세포를 끌어들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연구자들은 면역 체계가 종양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절 T 세포벽을 허무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자가면역 질환자에게서 조절 T 세포 생성을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절 T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인터루킨-2'를 투여하고, 이식 후 장기 거부 반응을 예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지도 연구 중이다.
또 다른 전략은 환자의 조절 T 세포를 분리해 실험실에서 증식시키는 것이다. 이 세포를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면 체내에서 더 많은 조절 T 세포가 생성된다. 또 T 세포를 변형해 항체를 부착하기도 하는 데,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면역 체계의 공격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