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PEC에서 확인한 K콘텐츠...다음 주자는 게임이다

2025-11-05     조성준 기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는 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참석해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환영 만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지드래곤'이 공연을 펼친 일이다. 

지드래곤은 한국의 전통 '갓'을 형상화한 페도라를 착용해 한국스러운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진주로 장식된 모자 끈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에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진우'를 연상하는 모습이었다. 지드래곤이 무대에 오르자 각국 정상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한국스러운 그 모습을 담아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의상을 착용한 채 공연하는 모습은 우리 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K콘텐츠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기여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는 이미 열풍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한국 게임 역시 글로벌 시장에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나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개발된 게임들은 글로벌 유저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자연스러운 창구 역할을 한다. 이는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더 나아가 한국 문화에 푹 빠져들게 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매드엔진이 개발 중인 '탈: 디 아케인 월드'가 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탈'은 한국 전통의 상징성과 판타지 요소가 결합되며 가장 한국스러운 게임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독일 게임스컴에서 인디 아레나 부스 어워드 쇼 베스트 게임을 수상한 네오위즈의 '안녕 서울: 이태원편'도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서울 이태원의 모습을 전한다.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AAA급 신작 '우치 더 웨이페어러'도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아침의 나라' 신규 대륙에서 한국 고전 판타지를 글로벌 시장에 전하고 있다.

이처험 한국 문화의 글로벌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선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게임 산업계에서 세액공제 도입 등 정책적인 지원을 절실하게 외치고 있는 이유다. 세액공제를 통해 게임 개발 환경을 개선하고, 창의적인 게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 세액공제가 도입되면 개발사는 안정적으로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새로운 기술 도입과 각종 투자에도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임 퀄리티가 향상되고, 게임의 장르 다각화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만8000명의 취업효과와 산업의 재투자로 얻는 긍정적인 이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콘텐츠 300조원 시대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게임 산업은 매출 23조원, 수출 84억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 4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 정책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세액공제 혜택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게임 산업이 혜택을 받는데 한계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게임 산업이야말로 반드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 

게임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액공제 도입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보이는 현재 생태계에서, 그 다음주자는 게임이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